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사임당, 이 닉네임을 듣기만 해도 뭔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 압도적인 아우라, 당연히 나는 신사임당 채널 80만 구독자 중의 한 명이고, 열렬한 팬이며 응원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그러니 이 분이 책을 내셨다는데 당연히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당연한 것도 당연한 것이고, 너무나 궁금했다. 신사임당 님이 영상에서 풀어내지 못한 그 이야기들을 어떻게 글로 풀어나가실지 정말 궁금했다. 설사 영상에 나왔던 이야기들이어도 그때 놓친 부분들을 밑줄 쫙쫙 그으면서 나만의 책으로 온전히 흡수하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다.
정말이지 영광스럽게도 나는 저자의 싸인본을 직접 받아볼 수 있었다. 표지가 검은 디자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신사임당 하면 '블랙'이라는 색상이 압도적으로 떠오르는 것을 반영했는지 전반적인 블랙톤에 흰색 글씨가 눈에 확 들어온다. 나는 책에 관해서도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책 내용을 먼저 보기 전에 이런 외부적인 요인들도 눈여겨보는 편인데, 킵고잉 이 책은 읽기도 전부터 설레인다. 기분 좋은 예감도 언제나 틀리지 않다.
목차를 살펴보았다. 총 여섯 챕터로 되어 있는데, 각 챕터마다 들어있는 소제목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렇게 직관적이고 현실적인 제목들이라니... 눈에 확 띄는 제목부터 읽고 싶은 욕망을 간신히 누르고 처음부터 차근히 읽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나는 돈을 벌기로 결심했다는 저자의 담담한 고백으로 킵고잉은 시작된다.
무슨 자격으로 돈 얘기를 하느냐고 묻는 많은 사람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 부자가 아니지만, 그렇지만 부자가 될 것이라고. 돈을 대하는 과정들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비록 매일 위기에 봉착하고 성과가 없는 하루하루에 지쳐 나가떨어지더라도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묵묵히 하루를 쌓을 것이라고. 멘탈이 무너져도 오로지 계속해서 킵고잉 할 것이라고.
이 책은 저자의 이런 '킵고잉'의 마인드와 철학이 담긴 책이다. 온라인 쇼핑몰과 유튜브 운영 노하우도 나와 있지만, 저자의 경험이 녹아든 다양한 전략과 방법들 모두 그 밑바탕은 저자가 뚝심 있게 지켜온 철저한 마인드와 철학이 녹아든 결과물이지 않았나 싶다.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고들 말한다. 나 또한 귀가 따갑게 듣고 또 들은 말이다. 저자 역시 강조한다. 지금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고. 그런데 지금 우리 그냥 동네 불구경하듯 그러고 있어야 할까, 물론 이건 선택의 문제다.
저자 역시 불과 6년 전에는 반지하 방에서 살았다. 그리고 유복한 환경도 아니었고 학창 시절에는 마음 아프게도 학생들 사이에서 소위 찐따여서 번번이 괴롭힘 당하기 일쑤였던 아웃사이더였다고 담담히 말하고 있다. 저자는 본인의 성격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어서 조직 생활이 힘겨웠고 이렇게 가다가는 정말 사회 부적응자로 도태될 수 있을 거라는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술회한다. 말 그대로 루저였던 저자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일까.
기본적으로 기회주의자라고 말하는 저자는 지금과 같은 익명의 시대에는 어떤 기회를 잡고 실행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은 크게 신경 쓸 필요도 없으니 이 얼마나 좋은 시대냐고 반문한다. 본인처럼 조직 부적응자들에게는 1인 미디어, 1인 사업을 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설파한다. 퇴사하고 창업하는 것이 생존의 문제였던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그래서 알려주고 싶었다고. 직장 생활은 누구나 다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나처럼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그런 사람들도 지금은 혼자 일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시대이니 알려주고 싶었다고.
저자는 계속해서 말한다.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특출한 능력을 지닌 것도 아니라고. 오히려 의지박약에 언제든지 눕고 싶은 게으른 인간이라고. 이 대목에서는 왜 이렇게 가슴이 울컥했는지 모른다. 아마 지금 내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나한테 뭔가 핑계거리를 찾고 싶었던 참이었는데 이런 문장들을 만났으니 당연한 반응 아니었나 싶다. 성공한 저자도 이랬다는데, 그러면 나도 조금은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기대감은 책 속에 빠져들면서 점점 기분 좋은 확신으로 변해 갔다.
또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잠들기 전까지 불면에 시달리고, 계속 자고 싶고 눈뜨기 싫고 이런 저자의 경험담 내용이었는데, 어쩌면 나와 이렇게 똑같던지 숨죽이며 읽어 내려갔다. 너무 공감 가서 눈물 났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뒤죽박죽 떠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감도 몰려오고 정말 쉽게 잠들기 어렵다. 저자는 말해주고 있다. 원인은 한 가지, 바로 해야 할 일들이 계속 쌓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럴 수가. 인정하기 싫었지만, 정말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으면 자포자기 상태로 무기력감에 빠지니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일침 한다. 방법은 바로 분리수거! 쓰레기만 분리수거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선 복잡하게 쌓인 문제들을 하나씩 분리한 다음 할 수 있는 것들과 할 수 없는 것들을 분리해서 각각 처리한다. 그렇게 분리수거를 해서 제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분리해서 보면 처음에는 절대 풀 수 없을 것 같던 고난이도 문제들도 의외로 쉽게 풀린다고. 또한 문제들을 글로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튜브 창업다마고찌 시리즈를 재미있게 보았고, 나 또한 온라인 쇼핑몰 분야에 관심이 많기에 4장 '나는 내가 먹여 살린다' 부분을 특히 유심히 읽었다. 손님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지, 처음에 제품이 단 1개도 팔리지 않을 때는 어떻게 전략을 구상해야 하는지, 수익구조는 어떻게 짜놓아야 하는지, 인맥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는지, 고객의 혹평에 대처하는 자세는 어떤 것인지, 사기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인지 등등 저자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야기들로 꽉 차 있어서 쇼핑몰을 하시는 분들은(혹은 준비 중이신 분들 포함) 이 챕터에 주목하길 바란다.
부의 추월차선만 들어 보았지, 부의 서행차선이라는 말이 신선하다. 맺음말에 신사임당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부의 추월차선을 타면 사고가 날 확률도 높고,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서행차선은 사고가 날 위험이 그만큼 적고 설사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가 크지 않으니 본인은 오늘도 부의 서행차선을 달리고자 한다고. 이 책은 지극히 평범함 사람이 퇴사하고 세상에 나와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돈을 번 이야기다. 짧게 요약하면 그렇지만 결코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는다. 그리고 평범한 나도 추월차선도 아니고 서행차선인데 해 볼만하지 않겠는가. 부자 되는 법에 대한 책들은 정말 시중에 많다. 하지만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 수많은 시도 끝에 하나씩 이루어가는 전 과정이 담겨 있는 책은 많지 않기에 더욱 신사임당의 킵고잉이라는 책이 눈에 띄는 게 아닌가 싶다. 킵고잉, 제목도 이 얼마나 입에 착착 달라붙는지. 이 책을 읽는 내내 '킵고잉'이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몇 번을 외쳤는지 모르겠다.
우리 모두 킵고잉하자. 서로 서로 응원하자. 돈의 소중한 가치를 알기에 돈을 벌기로 결심한 우리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내자. 적은 돈을 버는 사람을 비웃지 말고, 그렇다고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을 시기하지도 말자. 머릿말에 저자가 전한 마지막 문장으로 내 진심을 꾹꾹 눌러 담는다. "묵묵히 오늘도 어제보다 부자 되는 삶을 삽시다"
우리 그럽시다!
킵고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