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허무에 시달리던 어느 날
철학이 내게로 왔다
나로서는 처음 만나는 저자이기에 저자에 대한 소개부터 간략하게 해 보겠다.
구글 검색으로 알게 된 저자의 나이에 한 번 놀라고, 잘생긴 외모에 또 한 번 놀랐다. 혹시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아래 조그맣게 사진을 첨부한다.

저자인 스벤 브링크만(1975~)은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했고, 현재 알보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심리학과 철학, 사회학은 물론 대중문화 전반에 걸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활발한 저술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자기계발을 끊임없이 강요하는 현대사회의 흐름을 재치 있게 비판한 책 『스팬드펌』은 덴마크 서점가에서 106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미국, 한국 등에 잇달아 번역 출간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사회발전에 기여한 대중 지식인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인 로젱크예르상을 2015년에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출연한 라디오 방송에서 유쾌한 철학 강의를 진행해 허무하고 불확실한 삶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고, 대중 철학자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철학이 필요한 순간』은 이 강의를 풀어낸 책으로 우리가 단단한 삶의 토대로 딛고 설 만한 10개 관점을 을 제시한다.
철학이라고 하면 그냥 어렵게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철학 자체를 알려고 하지 않고 아마도 단순히 암기하고 유용하게 이용하기 위해서 주먹구구식으로 약간의 지적 만족을 위해서 습득할려고 했던 것 같다. 철학을 몰라도 그땐 큰 불편함이 없었고 그렇게 깊게 사유할 여유도 없었고 그리고 연륜도 없었다. 내가 막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이 나이쯤 되고, 사회 경험도 쌓이다 보니 삶이 무엇이고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래서 결국 우리 인생에서 진짜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게 무엇인지 삶의 평범한 패턴이 무너졌을때 나를 일으키는 굳건한 기반은 무엇인지 등등 알고 싶은 게 많아졌고 관련 책들도 탐독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빠르고 쉽게 읽히는 이 철학책은 다시금 무엇이 우리 삶에서 진짜 중요하고 의미 있는지 상기시켜 준다.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 나로서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거이거 계속 점점 저자의 논리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 저자의 생각에 수긍하게 되는 순간도 왔다. 그러니까 자기의 내면통찰만이 아닌 자기 외면통찰(self-outsight)도 중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나도 공감하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철학자들의 10가지 생각 하나씩을 다루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쓸모없는' 이런 생각들이 우리 각자의 삶에 정말로 쓸모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인다. 그러니까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것은 사실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깨달음을 전달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 자체로 가치 있기 때문에 우리가 기댈 만한 단단하고 기본적인 토대가 되어주는 10가지 생각은 다음과 같다.
1. 우리가 그 자체를 위해 하는 것이 선이다 _ 아리스토텔레스
2. 존업성은 가격으로 따질 수도 없고 대체될 수도 없다 _ 칸트
3. 인간은 약속하는 동물이다 _ 니체
4. 자기란 관계 그 자체와 관계하는 관계다 _ 키르케고르
5. 진리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진실할 수 있다 _ 아렌트
6.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은 그의 삶 무언가를 손에 쥐는 일이다 _ 로이스트루프
7. 사랑은 우리 자신 외에 다른 무언가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가능한 무척 어려운 깨달음이다 _ 머독
8. 용서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일이다 _ 데리다
9. 자유는 특권이 아니라 책임으로 이루어진다 _ 카뮈
10. 죽는 법을 배운 사람은 노예가 되는 법을 잊는다 _ 몽테뉴
여기서는 각각의 10가지 생각과 철학을 간단히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무엇이 인생에서 진짜 중요하고 의미 있는지 스스로 발견하고, 여러 철학자들에게 빌려온 짧은 격언들에 관한 통찰들 속에서 우리 삶의 의미를 되찾고 싶은 분이라면 조용히 시간을 내서 책 표지를 슬쩍 펼쳐 보시기를 권해 본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세상에는 그 자체로 목적이면서 선한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들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고, 선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우리 삶을 이끄는 관점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선한 것은 그걸로 이익을 얻거나, 단순히 그걸 좋아하기 때문에 선한 게 아닙니다. 우리는 바로 선하다는 이유 그 자체 때문에 선을 좋아하는 법을 배워야 하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단단히 지켜야 할 실존적 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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