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 미국 외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미국에서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섞인 미래를 꿈꾸는 것을 뜻한다.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는 아메리칸 드림을 디스토피아적으로 표현했다. 천국과도 같은 유토피아와는 반대로 부정적인 암흑세계, 즉 디스토피아를 그려냈다. 놀랍게도 <헬로 아메리카>는 1981년 작품이다. 지금보다도 더한 권위를 누리고 있었을 미합중국을 섬세하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게다가 현대 작품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SF 적인 요소가 잘 표현돼있다. '밸러드풍'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밸러드만의 문체는 독특하면서도 강렬하다. 현재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미국의 높은 건물, 푸른 바다와 강, 번쩍번쩍한 조명들로 가득한 거리와는 반대로 이 책에는 폐허가 된 도시, 물이 아닌 모래로 덮인 거리, 쓰레기가 되어버린 유물만이 존재한다. 1980년대에 작가가 상상했던 미국의 모습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라 처음에는 충격을 먹기도 했다. '아무리 그래도 미국이 이렇게 망하겠어?'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묘하게 지금의 모습과 비슷한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작가의 예지력과 통찰력에 더 놀랐고 머지않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웠다. 소설 속에서 1900년대에 미국이 붕괴된다. 원인은 바로 에너지 고갈. 아마 그 당시에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이 자연재해, 환경 문제 아니면 <헬로 아메리카>처럼 에너지 문제였을 것이다. 그로부터 200년 후 2114년에 아폴로호 원정대가 미국 대륙에 발을 디딘다. 원정대의 조상들은 모두 미국인이다. 뿔뿔이 흩어졌던 미국인의 뿌리가 다시 미국 땅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아폴로호를 타고 돌고 돌아 미국에 도착했지만 그들을 반기는 것은 차갑고 쓸쓸한 공기뿐이었다. 손에 쥐고 있던 게 금이 아니라 모래란 것을 알았을 때의 허망함이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이 책에는 대표적인 인물 7-8명 정도가 등장하는데 각 인물의 말투, 행동, 사연 등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전체적인 내용은 주인공인 웨인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그는 원래는 몰래 아폴로호에 승선한 밀항자였으나 나중에는 리더로서 팀원들을 이끌어 나가기도 한다. 중간에 등장하는 '웨인의 일기' 1,2부는 웨인의 감정이나 상황이 더 솔직하고 자세하게 나와있어서 몰입감을 높여주기도 했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다소 제멋대로인데다가 이상한(?) 맨슨 대통령이 45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이 떠오른다는 것은 작가의 예지력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정말 놀라웠다. 공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충돌이 자주 등장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독자들은 혼란 속에 빠진다. 사실 이 책의 가독성이 그리 썩 좋지는 않다. 나는 그 이유가 한 장면을 아주 오랫동안 긴 문장으로 설명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장면 묘사가 너무 길어서 인물 개개인에 집중이 잘 되지는 않지만 그만큼 SF 세계에 더 빠져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로봇이나 우주선 같은 기계를 접할 때마다 이 소설이 SF 소설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하지만 100% 허구는 아니라는 점. 밸러드는 현실을 뛰어넘는 세계를 표현해내는, 그래서 누구보다도 현실을 잘 파악하는 초현실주의자였기에 <헬로 아메리카>같은 SF 소설이 탄생할 수 있었다.폐허가 된 미국에서도 그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사라지지 않는다. 가끔씩 등장하는 인물들의 알 수 없는 행동, 이기적인 행동 등이 모두 각자의 욕망을 채우기 위함이므로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미국을 되살리기 위해 혹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그들은 용감하게 원정에 도전했다. 표지의 이미지처럼 비록 미국 땅이 피바다였어도,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디스토피아였어도 그들에게는 아마 유토피아였을지도 모른다. 넷플릭스에서 이 작품이 영화화된다는데 과연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가 된다. 또한 앞으로 현대문학에서 나올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시리즈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