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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2092님의 서재
  • 별이 총총
  • 사쿠라기 시노
  • 11,700원 (10%650)
  • 2019-02-20
  • : 96

별이 총총. 까만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존재하듯이 이 작품 속에서도 '별'이라고 부를만한 인물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마냥 밝지만은 않은 별들이다. 시리우스와 북극성같이 아주 밝은 별 주위에는 이름 모를 별들이 둘러싸고 있다. 이름도 없는 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별. <별이 총총>에 등장하는 9명의 인물들이 그렇다.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가슴이 먹먹하다 못해 숨까지 막힌다. 홋카이도라는 공간적 배경의 차가운 분위기 때문인지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아홉 명의 시점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한 인물의 반생, 즉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지하루의 기구한 삶이 오롯이 빛난다. 이러한 지하루의 삶은 친어머니 사키코로부터 시작됐고 친딸인 야야코에게까지 이어진다. 삼대에 걸친 여성들의 쓸쓸함과 고요함을 독자로서 지켜보고 있자니 읽기 힘들었고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사키코는 남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밤업소에서 일하게 되었고, 결국 그곳에서 또 남자에게 마음을 뺏겼으며, 사키코의 딸인 지하루 또한 그렇다. 야야코는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누구보다도 강인하고 다부진 마음을 지닌 그녀들인데 잠깐 스쳐 지나간 사람들과 상황들이 그들을 힘들게 만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꿋꿋이 살아간다. 너무 슬퍼도 살아간다. 하지만 슬픔이 있기에 기쁨이 있는 법. 이게 바로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가면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는 인물들을 불쌍하지 않게 잘 표현한 사쿠라기 시노의 필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야기의 시작인 「나 홀로 왈츠」에서는 사키코의 이야기가 나온다. 스낵바 <루루>에서 만난 '야마'라는 남자. 사키코는 야마를 자신의 첫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그저 한심한 조직폭력배일 뿐이다. 그는 결국 조직폭력단 간의 분쟁으로 인해 총을 맞아 죽어 사키코는 큰 슬픔을 느꼈지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야마가 죽지 않고 사키코와 결혼했으면 아마 더 큰 불행이 닥쳤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사키코의 딸인 어린 지하루가 등장하는데 아마 이때부터 모녀의 불행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전부터일지도. 어린 딸을 포기하고서라도 사랑을 지켜내고 싶었던 사키코와 그저 엄마와 같이 평범하고 싶었던 지하루 간의 상반된 관계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나오는 「바닷가의 사람」, 「달맞이 고개」, 「도망쳐 왔습니다」에서는 지하루가 스쳐 지나간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다 답이 없다. 어째서 지하루에게도 똑같은 시련이 닥치는 것인가요. 고구마를 먹은 듯이 답답했지만 「숨어 사는 집」에 지하루의 은인인 '레이카'가 등장했을 때 약간 갈증이 해소됐다. 아주 약간. 아마 지하루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겨울 해바라기」. 여기에서는 지하루와 함께 사키코가 다시 등장하는데 여운이 엄청나다. 자신의 기구한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면서 사랑의 허상을 쫓아간 자신을 후회하는 듯하기도 하고, 여전히 사랑을 갈망하는 듯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도 지하루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려왔다. 지하루는 말로는 할 수 없었던 자신의 마음을 글로 표현했는데 그 작품을 사키코가 보고 갔더라면 어땠을까. 마지막 「야야코」는 지하루의 딸인 야야코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야야코도..?'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아니었다. 열린 결말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야야코는 그 누구보다 씩씩한 사람이다.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인지도 잘 몰랐던 그녀는 계속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그리 소중하다거나 가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삶의 의지를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야야코의 할머니인 사키코, 어머니인 지하루. 그들은 그저 어디에 있건 무슨 일이 있건 마음이 원하는 대로 흘러간 것이었다. 떠돌이별처럼 말이다. 야야코의 손에 들린 「별이 총총」이라는 책은 아마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책이 될 것이다.

'가장 밝은 별은 가장 어두운 밤에 뜬다'라는 말이 있다. 사키코, 지하루, 야야코는 그 누구보다도 힘들고 어두운 밤을 보냈지만 그 누구보다도 더 밝게 빛났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이 비록 슬프다 할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아간 사람들이다. 지금 지하루와 야야코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영원히 빛을 잃지 않고 살아갔으면 한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그녀들의 이야기 <별이 총총>. 삼대에 걸친 모녀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계속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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