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스물다섯. 나는 아직 스물여덟도 아니고, 독립을 한 것도 아니고, 뚜렷한 직장이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작가의 글에 크게 공감을 했다. 이처럼 28살이든 아니든 누가 읽어도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이십팔 독립선언>을 읽는 내내 '사람 사는 것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저게 곧 내 미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스무 살 때 학교 기숙사에 살게 되면서 첫 독립(용돈을 받았으니 완전한 독립은 아니고 반 독립)을 하게 됐는데 본가에서 나와서 사는 것이 정말 외롭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그때 깨닫게 되었다. 학교를 오가는데 5시간 정도 걸렸으므로 통학은 절대 불가능이라 생각했다. 글쓴이도 마찬가지로 출근길 지옥철을 참지 못하고 회사 근처에 있는 집을 구해 독립을 하게 된다. 다만 자유와 편안함을 얻는 동시에 '외로움'이 따라온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쓴이는 꿋꿋이 살아간다. 비록 남들보다 늦은 이십팔춘기를 겪고 있지만 씩씩하게, 어른스럽게 이겨나가고 있는 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지하철 좀비'도 '은행의 노예'도 아닌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28살이 될 사람들은 미래의 나를, 28살인 사람들은 현재의 나를, 28살을 지난 사람들은 과거의 나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질풍노도의 중고등학생 때도 사춘기를 겪지 않았었는데 스무 살하고도 다섯 살 더 먹은 지금 '이십오춘기'를 겪고 있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때는 그래도 학교라는 어떤 울타리가 있었기에 안전한 곳에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는데 졸업과 동시에 무력감이 찾아왔다. 나의 감정은 매일매일 요동치고 또 우울하고, 겨우 높여놨던 자존감은 다시 떨어졌다. 차라리 어렸을 때 오지 왜 지금에서야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건지. 그래도 이럴 때 책이 큰 힘이 되긴 한다. 특히 거창한 글도 아닌 이런 사소하고 평범한 이야기를 읽을 때 말이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누구나 겪는 일이지'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위로한다. 자기계발서나 에세이가 뻔하고 상투적인 말들뿐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건투를 빕니다'라는 말이 왜 그렇게 내 마음을 울린 것일까. 길이 없는 것 같고, 포기하고 싶고, 주저앉고 싶은 그 순간 저 문장을 보자마자 울컥했다. 피하지 말고 싸워라.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나 보다. 28살의 글쓴이가 25살의 나에게 위로를 해주는 감동적인 순간이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인데 간혹 자기 인생인 양 참견하는 사람이 있다. 겨우 몇 살 더 많은 주제에 나에게 설교를 하고, 자기 말이 다 맞다는 식으로 훈계질을 한다. 오히려 나는 그런 사람을 보면 약간 안타깝다. 나에게 저런 행동을 보인 사람들은 대개 썩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 문장을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읽어주고 싶다. "우리는 각자 존재하니까, 난 내 갈 길 갈 거니까 참견 좀 하지 마세요"라고. 그리고 세상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작가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또 그 꿈을 이루면서도 계속해서 노력하는 작가님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육체적인 독립뿐만이 아닌 정신적으로도 독립을 한 어른을 보는 것 같다. 게다가 독립 출판물이었던 이 책이 기성 출판물로 세상에 나온 것도 큰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루었는데도 또 다른 것에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작가님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세 살 어린 나는 이미 모든 게 늦어버렸다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데 말이다.
이 책은 단순히 '독립'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독립하는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는 '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읽는 독자들은 그 모습에 자신을 투영한다. 누구나 겪을만한 이야기, 겪어본 이야기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위로받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나도 독립하고 싶다'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지금은 '나도 독립..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하기 이전에 나의 마음가짐부터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마음가짐을 바꾸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미리 독립 예행연습을 한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 우리가 뒤늦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기 때문에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바로 <이십팔 독립선언>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