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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2092님의 서재
  • 용과 지하철
  • 마보융
  • 12,600원 (10%700)
  • 2018-12-21
  • : 62

<용과 지하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말할 수 있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하늘을 날고 싶다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그 상상은 <용과 지하철>의 주인공인 ‘나타’에 의해 현실이 된다. 이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하나의 액션 아이디어는 바로 ‘지하의 동굴에 갇힌 용을 풀어주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소년 나타가 있다. 나타는 우연히 장안 천책부 우수 비행 교위인 심문약의 비행기를 타게 되고 그날 이후로 비행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게 된다. 반면에 정작 날아야 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용들은 날지 못하는 게 장안의 현실이다. 왜냐하면 장안의 사람들은 용을 지하철이라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지하 동굴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비참하게 살고 있는 용의 희생이 있기에 장안의 사람들이 편리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나타는 옥환 공주와 함께 장안을 돌아다니다가 지하룡을 보게 된다. 이야기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나타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늘을 날아야 하는 용이 깜깜한 동굴에 갇혀 있다니? 하늘을 나는 달콤한 기분을 맛본 나타는 그 기분을 용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용을 구출해내는 과정은 정말 기상천외하다. 용주를 삼키고, 용의 비늘을 얻는 등 어린아이들의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들이 마구 등장한다. 이런 과정들이 이 이야기의 전부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 순수한 소년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마보융 작가의 전 작품인 <장안 24시>와 마찬가지로 어른들의 싸움도 등장한다. 그들은 도시를 구하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명예를 높일 수 있을지 잔머리 굴리기 급급하다. 장안을 구한 사람은 황제도 아니고 장군도 아니고 도사도 아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용의 마음을 돌린 나타의 몫이 크다. 용을 하늘로 다시 돌려보낸다는 생각은 오직 어린 나타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무작정 공격을 하려는 어른들과는 달리 진실된 마음으로 용과 소통하려 했던 나타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쉽고 단순한 스토리이면서도 깊은 메시지를 준 <용과 지하철>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불리기에 전혀 아깝지 않다. 물론 아이들이 읽어도 정말 좋을 것 같다.

용을 구출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긴 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바로 ‘역린’에 대한 이해다. 역린이란 ‘용의 가슴에 거꾸로 난 비늘’이라는 뜻으로 분노, 노여움을 의미한다. 폭포를 거슬러 오른 잉어가 등용문을 뛰어넘으면 용이 될 수 있는데 용이 되는 바로 그 순간 장안 사람들은 용의 역린을 떼어낸다. 후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그들의 분노를 강제로 떼어내는 것이다. 역린은 땅속에 모이고 모여서 하나의 거대한 악룡을 탄생시킨다. 그들은 자신들이 악룡을 만들어낸 건지도 모른 채 오히려 용의 포획량을 늘리기까지 한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불러오는 법. 한마디로 인간의 욕심이 악마를 만들어낸 것이다. 역린을 건드려서는 안됐다. ‘역린’의 유래인 한비자의 ‘한비자’라는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용은 상냥한 짐승이다. 가까이 길들이면 탈수도 있다. 그러나 턱 밑에는 지름이 한 자나 되는 비늘이 거슬러서 난 것이 하나 있는데, 만일 이것을 건드리게 되면 용은 그 사람을 반드시 죽여버리고 만다. 군자에게도 또한 이런 역린이 있다.」

그러므로 악룡이 장안을 공격하려고 했던 것이다. 역린을 건드렸기에 그들은 분노했다. 만약 인간들이 자신들의 편의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나타처럼 진심으로 용을 길들였으면 용과 인간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었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옥자’가 생각났다. 역시 인간들의 욕심이 문제다.

드넓은 도시 장안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 지하와 하늘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마치 한 편의 만화영화 같았다. 잠시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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