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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n2092님의 서재
  •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이기호
  • 10,080원 (10%560)
  • 2018-08-25
  • : 989

현대문학 핀 시리즈 다섯 번째 소설인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편혜영 작가님의 <죽은 자로 하여금>을 시작으로 벌써 다섯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작품과 다섯 번째 작품의 공통점을 말하자면 바로 종교적인 이야기를 배경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의 이면과 우리 삶의 모습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라는 제목 뒤에 '욥기 43장'이라고 써져 있다. 실제로 욥기는 42장까지 있다. 작가는 그 후의 이야기, 혹은 욥기와는 전혀 다른 내용의 이야기 둘 중 하나를 쓰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아직까지 전자인지 후자인지 혹은 둘 다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욥기와 비슷하기도 하고 전혀 다르기도 하다. 나는 성경책을 단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으며 종교에 대한 관심도 없다. 한마디로 그냥 무지한 사람이다. 그래도 '욥기'에 대해서는 알아야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했고 어린이 성경동화책을 읽기도 했다. 짧게 요약하자면 성경 속의 '욥'은 정직하고 하나님을 잘 섬긴 사람이다. 하나님께 복을 받아서 많은 재산과 자식들을 가진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사탄에 의해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자식들을 잃었을 때도 하나님을 외쳤던 욥이었는데 정작 자신의 몸에 직접적인 상처를 입게 되자 그제야 하나님을 원망하는 그런 사람이다. 작가의 말에 '하나님은 뭐, 애초부터 관심 밖이었고요.'라는 문장이 써져있다. 나도 뭐, 같은 입장이다. 욥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지 그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소설 속의 최근직 장로가 바로 성경 속의 '욥'과 비슷한 인물이다.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모두 잃고 자신의 목숨마저 포기하려는 순간 하나님을 만나 구원받게 된다. 하지만 이 이야기엔 반전이 숨어있다. 그리고 전말기라는 제목에 걸맞게 (문학과는 거리가 다소 먼) 인터뷰 형식에 따라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게 된다.

목양면 목양교회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그 건물의 지하 1층에는 최근직 장로의 아들인 최요한 목사가 있었고 그는 불길 속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최근직 장로는 과거에 사고로 아내와 자식들을 잃게 된다. 그 아픔에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는 순간 하나님을 만나고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그 후로 새로운 아내와 아들을 얻게 됐으나 화재 사고로 똑같은 아픔을 겪고 만다. 최근직은 최요한이 하나님이 내려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사람들은 최근직 장로를 하나님을 직접 만나신 성스러운 분으로 여겼으며 그의 아들 또한 그렇게 여겼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전이 있다. 최근직은 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으며, 그의 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이 거짓이라는 것을 아들이 알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방화사건의 범인을 최요한 목사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 수 없다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인가. 최요한은 신의 은총을 받고 목사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신을 의심하고 거부한다. 그의 곁에는 이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한낱 인간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최근직은 하나님을 만났다는 거짓 이야기를 퍼뜨려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목양면의 '신'이 된다. 그는 처음 아내와 자식들을 잃었을 때 나무에 목을 매달려고 했다. 하지만 과거 어머니와 산을 오르다 나무에 목을 매단 시체를 함께 치웠던 끔찍하고 무서운 기억 때문에 저런 거짓말을 해버리고 만 것이다. 살고자 하는 자신의 욕심과 수치심을 하나님이라는 방패막으로 숨겨버렸다. 이 이야기를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그들은 그의 이면성에 아마 최근직을 장로로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가족들 이전에 자기 자신의 목숨만을 생각했던 '욥'과 '최근직'. 엔딩은 다르지만 그들의 모습은 상당히 비슷하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는 인터뷰 형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취조실을 배경으로 마을 사람들, 최요한의 아내 그리고 하나님까지 취조한다. 특히 하나님이 나오는 부분은 충격적이면서도 재밌었다. 내가 생각했던 하나님의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작가가 노렸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그에게 무관심하며 그가 했던 모든 선택은 하나님의 명령이 아니라 오직 인간 최근직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 소설을 완전히 이해했다고는 볼 수 없다. 이해하기에 있어서 그리 쉬운 소설은 아니며 또한 읽는 사람들마다 느끼는 게 다를 것 같다. 이기호 작가는 종교와 신,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인간의 이면성과 비루한 삶의 모습을 정말 잘 보여준 것 같다. 나는 소설 속의 인물이 진짜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했고 크게 공감했다. 물론 나의 해석과 생각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각자 생각하는 세계가 다양하면서도 다르고, 인간의 특성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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