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어본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
문학 독후를 통해서 그의 작품을 처음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일본 추리작가는 히가시노 게이고밖에 몰랐는데,,,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을 너무 많이 읽어서 약간 지겨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새로 알게 된 작가의, 새로운 느낌의 추리 소설을 읽으니까 신선했고 정말 재미있었다.
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골든 슬럼버>의 원작자이다. 이것 말고도 12개의 작품이 영화화되는 등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은 영화나 연극, 만화, 드라마 같은 다른 분야로도 확장되어 독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사카 고타로의 매력은 기상천외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정교한 구성력과 유쾌한 대사들로 풀어낸다는 것이다.
그 매력은 <화이트 래빗>에서도 느낄 수 있다.
우선 책의 앞 부분에서는 흰토끼, 레미제라블, 밤, 오리온자리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전에 이런 키워드들이 등장해 조금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네 가지로 <화이트 래빗>의 모든 내용을 설명할 수 있다. 가볍게 지나쳐서는 안되는 중요한 첫 장이다.
<화이트 래빗>은 오리온자리 신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신화 이야기는 일명 ‘흰토끼 사건’ 전반에 크게 얽혀 있으며, 이야기의 밑바탕을 수놓고 있다. 우사기타와 이노다는 사람을 유괴하는 회사이자 조직에 소속되어있다. 유괴한 사람을 인질로 삼아 돈을 뜯어내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도 물론 사람을 납치하는 나쁜 악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사기타의 아내인 와타코가 그가 소속되어있는 조직의 보스인 이나바에게 유괴된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유괴범이자 악인인 우사기타에게 왠지 모를 동정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도 어차피 똑같은 유괴범이지만.....
약간의 범죄미화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와타코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사기타가 속해있는 조직이자, 이나바 소유의 조직의 자금을 몽땅 훔쳐 간 오리오오리오를 찾아야 한다. 오리오오리오 가방에 설치돼있던 GPS 때문에 우사기타는 ‘사토’의 집에 쳐들어가 그의 가족들을 인질로 삼게 되고, 오리오오리오를 찾기 위해 경찰과 인질 농성 사건을 펼치며 신경전을 벌인다.
그리고 이 사건 안에는 우연히 ‘사토’의 집에 들어가게 된 도둑 구로사와도 등장한다.
여러 인물이 얽히고 얽혀서 처음에는 헷갈렸는데 나중에는 이 관계들이 너무X100 소름 돋았다.

이렇게만 보면 흔하디흔한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이사카 고타로는 절대 흔하게 풀어내지 않았다.
작가는 ‘독자가 읽다가 깜짝 놀랄 만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정말 읽다가 깜짝 놀랐다. 내가 과연 뭘 본 건가 하며 내 눈을 의심했다. 근데 이런 반전이 한 5개는 있다.
흰토끼는 우사기타라고 할 수 있다. 오리온자리 밑에는 토끼자리가 있다. 토끼자리가 움직이면 오리온자리도 같이 움직인다. 그래서 오리온자리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오리오오리오를 계속 쫓으려던 그는 마치 한 마리의 토끼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인질 농성 사건을
‘흰토끼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장발장과 같은 도둑 구로사와.
정의를 실천하려던 나쓰노메 과장.
이처럼 이사카 고타로는 책 속에 ‘오리온자리’와 ‘레미제라블’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도록 이야기를 잘 써 내려갔다.
‘죄를 짓지 않는 인간은 없다.’
사실상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 모두 죄인이다. 유괴범의 아내가 똑같이 유괴되어 잠시 동정심을 느꼈지만 그도 쨌든 같은 유괴범이다. 심지어 살신성인하며 유괴범을 도와줬던 도둑 구로사와도 결국은 도둑이다.
냉철한 판단과 추리로 사건을 해결했던 나쓰노메 또한 살인 전과범이며,
인질 농성 사건의 주 배경이었던 ‘사토’의 집 주인인 사토 또한 가정폭력범이다.
결국 모두 인과응보인 것이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말해주고자 했던 게
바로 이게 아닐까.
죄를 저질렀으면 죗값을 받는 건 당연하다.
잠시나마 모든 인물들에게 동정심을 느꼈지만 결국은 그놈이 그놈이다,,,,,
모두 합당한 벌을 받고 깔끔하게 이야기가 끝나서 마음에 들었다.
내용이 정말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어서
방심할 수가 없었다.
재치와 유머, 묘수와 반전이 공존했던
<화이트 래빗>.
다음 작품도 너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