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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ddy
  • 검은 바이올린
  • 막상스 페르민
  • 12,600원 (10%700)
  • 2021-07-20
  • : 109

‘검은 바이올린’의 제목에서 떠올리는 이미지는 슬픔이다. 바이올린 선율은 긴 울음의 소리와 닮았다. 집시들이 연주하는 바이올린 음악도 리듬은 경쾌하지만 묘하게 서글프다. 게다가 검은 색이라니. 묘한 신비로움이 흐르는 이야기가 펼쳐질 듯했다.

 

어릴 적 집시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요하네스는 바이올린 연주자 꿈을 꾼다. 음악에 타고난 재능이 있었기에 요하네스는 여러 도시를 돌면 연주를 한다. 마치 어린 모차르트처럼. 오페라를 작곡하고 싶었지만 전쟁 중이라 요하네스는 프랑스 군에 입대한다.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진군하게 된 군대.

 

요하네스는 베네치아에서 살고있는 에라스무스라고 불리는 노인의 집에 머무른다. 그가 바이올린의 장인인 사실을 알게 되어 요하네스는 에라스무스와 음악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된다. 에라스무스 집에는 오랫동안 손을 대지 않았던 검은 바이올린이 있었다.

 

검은 바이올린을 본 날, 요하네스는 자신이 그렸던 악보에 음표들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이제 마음에 들리는 음악을 옮겨 적기도 힘들게 되었다. 그리고 꿈속에서 한 여인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실 이 형상은 에라스무스의 꿈에도 나타나곤 했다.

 

현실에 없는 그 여인을 바이올린이라 생각하고 악기를 만들어 온 에라스무스. 그의 명성이 자자해지자 한 공작의 딸에게 줄 바이올린을 만든다. 성악가였던 카를라와 사랑에 빠진 에라스무스는 그녀에게 집착한다. “카를라,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이올린을 만들겠어요. 오직 당신만을 위해. 내가 당신 목소리를 소유하겠어요.”(138쪽)

 

그녀의 몸, 머리카락, 검은 눈동자를 상상하며 완성한 바이올린 소리은 카를라의 목소리를 닮지 않았다. 에라스무스는 카를라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바이올린에 투사한다. 완벽한 검은 바이올린을 가지고 찾아간 카를라는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에라스무스의 장례를 치른 후 프랑스로 돌아온 요하네스는 오페라를 작곡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카를라처럼 노래할 수 없기에, 작곡 노트를 불길 속에 던져 버린다.

 

<검은 바이올린>은 시적 판타지 소설이라고 부르고 싶다. 음악과 사랑은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꿈이나 환영에 비춰져 모호한 서사가 이어진다. 잔잔한 이야기가 이어지기에 책을 읽으면서 전개보다는 장면 이미지가 떠올랐다. 요하네스가 자신의 오페라를 옮기는데 성공했는데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죽었다는 결말에서 작가는 예술의 영원성을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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