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우성, 손예진 주연의 TV드라마 연애시대를 사실 나는 보지 못했다. 그때당시 뭔일인지 SBS시청을 잘 하지 않았던것 같다. 그래서 리뷰에 많은 패널들이 말하는 "TV드라마가 더 좋았어요~" 등의 내용을 공감할수 없었다. 반발심반, 호기심반으로 배송을 눌렀던것 같다.
일단 괜찮은 책인것 같다. 사람들마다 느끼는게 다르겠지만 개인적인 나의 생각으로는 '괜찮다'에 점수를 더 주고싶다.
" 그 와 그녀 " 수영선수 출신의 스포츠센터 강사로 일하고 있는 에토 하루와, 시부야의 문화당 서점의 점장인 하야세 리히치로는 1년3개월이라는 짧은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각자의 삶이라곤 하지만 실상은 얽히고 섥여 '헤어졌다' 단정하기 모호한 삶을 살고있다. 11월 19일만되면 결혼식을 올렸던 아카사카 로얄호텔의 디너 50%의 할인권이 날아온다는 명목하에 항상 더치페이식의 저녁을 먹고, 그것도 모자라 일주일에 한번 센터거리 던킨도넛 2인용 테이블 구석에 앉아 서로의 근황을 보고하는 관계이니 말이다.
하루는 스포츠센터에 필요한 책을 빌미삼아 하야세를 찾아가고, 하야세는 오기로 뱉어버려 매달 지급되는 200엔의 위자료라는 끊이있어 하루와의 완전한 이별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결혼생활을 유지하려 노력했다는 결과를 보이고 싶어 1년 3개월의 결혼생활을 2년이라 포장하는 그들은 '신노스케'라는 그들의 아이를 잃게되면서 이별의 결정타를 맞게된다.
하루는 그날의 있었던 일들을 소상희 알려주는 나열형인 반면, 리히치로는 그런 하루가 짜증스러운 회피형이다. 그래서 결혼을 코앞에 두고도 '과연 내가 잘하는 것일까?'라는 자괴감에 빠져 도망을 결심하는 못난 신랑이기도 하다. 그들은 헤어졌지만 항상 듀엣으로 "헤어졌지만 좋은사람"을 열창하는 이상한(?) 전처와, 전남편이다.
" 좋아! 내손으로 꼭 당신의 반려자를 구해주고 말겠어!! " 기싸움으로 시작된 '조.소.사 (좋은사람 소개하기)'는 하루에게는 2년전 결혼식장에서 도망을 결심하는 신랑에게 꿋꿋이 핑크빛 미래를 설명하며 그를 다독여 결혼식을 성공시킨 '나카토미 쇼헤이'라는 반짝조연이 소개된다. 아카사카 로얄호텔의 연회담당이던 그는 신부를 보지 못한 상태로 리히치로를 설득하지만 입장순서를 기다리는 하루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는 인물이다. 해서.. 우연찮게 들리게된 시부야의 문화당 서점에서 리히치로의 근황을 듣게되고, 하루와의 만남을 가지게된다.
리히치로에겐 하루의 스포츠센터에 우연히 가입을하게되어 알게된 그녀의 초등학교 동창이며 같은 아픔을 가진 돌싱녀인 오가사와라 가스미라는 인물을 소개하게된다. 가스미는 애딸린 이혼녀다.
처음엔 가볍게 시작된 만남이지만 리히치로가 가스미와 그녀의 딸인 아야에게 끌리게되면서 그에게 걸림돌이 되기싫었던 하루도 감정이입이 되지않는 나가토미에게 관심이 있는척 연기를 하지만 결국 그와는 이루어 지지 않는다. 그런면에서는 리히치로도 변반 다를게 없다. 가스미가 아직도 하루에게 마음의 끈을 놓지못하는 리히치로를 보면서 떠나게되니 말이다.
" 축하해, 내사랑........... " 두번째로 하루와 리히치로의 인생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루에겐 자신의 스포츠클럽 수영회원인 기타지마와의 만남이다. 기타지마는 스포츠클럽회원인 반면 하루의 여동생인 시즈카의 가족사회학과 교수이기도 하다. 부인과 별거중이지만 실상은 헤어졌다고 보기에 하루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그점이 떳떳지 않아 적극적으로 대쉬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리히치로에겐 산부인과 의사인 친구 가이에다의 추천으로 가게된 동창회에서 첫사랑인 오다 다미코를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다미코는 학원에서 음식을 가르치는 일을한다. 리이치로의 첫사랑인 다미코는 어릴적의 순수함을 잃지않고 34살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리히치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의 이상형에 딱 맞아 떨어지게 커져(?)있다.
리히치로는 다미코와 결혼까지도 하게되는데, 그들의 주례를 하루가 보게되는 이상한 풍경도 연출한다.
하루도 리히치로의 행복을 빌어주기 위해 기타지마 교수와 잘되어 가는척(!) 하지만 리히치로의 결혼식날 그의 친구인 산부인과 의사인 가이에다의 결정적인 말을 듣고 기타지마 교수에게 이별을 고하게된다. 그들이 이별할수 밖에 없었던 문제의 근원인 신노스케의 죽음으로 리히치로가 하루의 곁을 지키지 않고 도망가게되지만 실은 그날 하루종일 신노스케의 영안실을 지켰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하루는 그의 전남편의 결혼주례도중 울음을 터트리고 만다. 그리하여 다미코는 하루와 리히치로의 감정이 정리되지 않았음을 알고 결혼식이 끝난후 하루에게 그들의 혼인신고서를 구청에 내어줄것을 요구하며 그녀에게 그날의 울음을 되갚는다.
" 그들의 연애시대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우울한 하루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날 동생인 시즈카와 훗카이도행 야간열차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그 여행의 계획은 동생의 함정이다. 못난 전 형부와 자신의 언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자 일을 꾸미게되고, 하루에겐 기차역에서 볼것을, 그리고 리히치로에겐 하루가 자살을 결심했는지 쪽지를 남기고 사라졌다는 거짓말을 하게되고, 결국 리히치로는 하루를 잡기위해 훗카이도행 야간열차에 몸을 실게된다.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그렇지만 흔히들 영화에서 하듯 말하지 않으련다.
책속에서 그들이 겪게되는 에피소드가 다양하지만 너무 많은일과 사건들을 나열하긴 좀 복잡한듯 하여, 간단히 생략한 부분들이 있다. 그건 책을 사보는 자만이 누릴수 있는 특권이다.
"짧막하게.." 왜 이책에 이다지도 후한 점수를 주느냐고 묻는다면, 하루와 리히치로라는 완전치 못한 인물들이 꼭 주변의 일상처럼 느껴져서이다. 물론 일본인 작가이다 보니 다소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곳도 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인물들의 주변사항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건 아니었다. 둘이었다 하나가 되어보지 않으면 확실히 알수없듯 하루가 보는 리히치로와 리히치로가 보는 하루는 너무나도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인물들이었다. 너무 많은것을 알고있는 서로가 자신들의 입장만을 내세워 자존심을 내세우다보니 결국 이혼이라는 쓴맛을 보게된다는 충고를 하고있다.
세상에 완전한 사랑이 없듯, 완벽한 인간또한 없다. 결혼의 연장선상을 유지하기란 칼날위를 걷듯 위험하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의 헤어짐 또한 너무나도 위험하다. 책은 현실이 아니니 그렇지만 실상 하루와 리히치로는 행복이라는 꿈을 찾게되지만 그들이 본의 아니게 상처입히게 되는 많은 조연들은 과연 현실이라면 책처럼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인가? 그런면에선 하루와 리히치로가 본인들의 뜻은 아니었다지만 조금은 얄밉기도하다.
이혼이 선택사항이 된 현대에 참 심플하면서도, 그속에 녹아있는 복잡 미묘한 전 남편과. 전 부인의 감정들을 외국인인 나에게도 90%라는 높은 전달력을 가지는 것으로 보아, 이책은 한번쯤은 가을이 오는 문턱에 읽어볼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책을읽고 났더니 TV드라마 연애시대가 더 보고싶어졌다.
개인적으로 가슴이 아팠던 몇곳의 글귀를 적어본다.
288p~ 시즈카 : " 열차탔어요? "
리히치로 : " 탔어. 이제 설명한번 해보시지? "
" 하룻밤 언니를 맡긴 거예요. "
" 뭘 맡겨, 사람 난처하게."
.. .. .. ..
" 차리리 두 사람을 밀실에 감금시켜놓고, 마지막 부부싸움을 시키는게 낫겠다고."
" 그래서 야간열차야? 이러니까 붕어머리지. 아까 네가 말한 것처럼 난 언제라도 내릴 수 있잖아."
" 그래요! 오오미야 다음 역은 한시간 뒤에 우츠노미야. 도쿄에 오늘밤 안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형부에게는 내릴기회가 두번있어요. 앞으로 한시간 반 안에 부부싸움이 끝난다면 말이에요."
" 나는 다미코랑 경혼했어. 하루가 주례까지 서면서 보내 줬다고. 뭐가 마지막 부부싸움이야? 우리 인생을 자기들 멋대로 주무르지마.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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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대로 좋다니, 무슨말이 그래요!! 언니의 인생을 가볍게 보지 말라구요!"
" 지금까지처럼 던킨도넛에서 만나거나, '하나카고'에서 술을 마시거나, 옛날일을 끄집어내서 결혼시절의 연장전을 벌이거나, 심한말을 하고 나중에 사과하거나.... 그런일이 언제까지나 허용되는건 아니잖아요. 형부는 사랑스러운 아내가 곁에 있으니까, 언니와의 그런 관계가 기분전환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언니는 집에 돌아오면 혼자예요. 혼자서 앨범을 넘기고 있다고요. 그때쯤 형부는 뭘 하겠어요? 다미코씨랑 자기전에 술이라도 한잔하면서, 아기가 생기면 어디로 이사할까라던지, 아들이면 우주비행사를 시키고 싶다든지, 딸이면 어릴때부터 요리를 가르치고 싶다든지 하면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어요? 그렇지만 언니는 과거밖에 없으니까. 언제까지나 돌아보는것 밖에 할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