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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의 책다락
  •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 오가와 사야카
  • 16,650원 (10%↓920)
  • 2025-06-20
  • : 11,256



인간 관계가 협소하다 보니 (내가 아는 한) 내 주변에는 외국인이나 이민자가 없다. 그들이 한국에서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 직접적으로 아는 바도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태어난 나라를 떠나지 않고 계속 살아온 사람들은 모르는 삶의 형태 또는 방식 중 한 가지에 대해 알게 해줬다. 제목만 보면 홍콩이 배경인 범죄 소설인가 싶은 책 <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의 저자 오가와 사야카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문화인류학자인 그는 23세부터 탄자니아를 드나들며 스와힐리어를 익히고 동아프리카 지역의 경제, 그 중에서도 중고품이나 위조품 유통 같은 비공식 교역에 대해 연구했다. 이 책은 저자가 홍콩에서 만난, 홍콩에 사는 탄자니아 사람들로 이루어진 비공식 경제 공동체를 다룬다.


2016년 저자는 홍콩의 한 대학에서 반 년 간 객원 교수로 체류할 기회를 얻었다. 더 좋은 숙소를 구할 수도 있었지만, 저자는 연구를 위해 홍콩의 '마굴'로 불리는 청킹맨션을 숙소로 정했다. 홍콩에 오기 전 저자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많은 물품 또는 중고품이 홍콩을 거쳐 탄자니아로 들어온다는 말을 들었고, 이를 중개하는 탄자니아인 브로커들 중 다수가 값이 저렴한 청킹맨션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문제의 인물인 '청킹맨션의 보스' 카라마도 그 중 하나로, 그는 홍콩에서 오랫동안 중고차 중개업을 하면서 거액의 돈을 벌었다. 오랫동안 갈고 닦은 스와힐리어 실력을 활용해 카라마와 빠른 속도로 친해진 저자는 그와 자주 만나며 홍콩에 사는 탄자니아인들이 어떻게 이곳에 왔고 어떤 식으로 돈을 벌며 살고 있는지 배운다.


이들 대부분은 비록 불법 체류자에 불법적인 일에 종사하지만, 같은 나라에서 온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일종의 교포 커뮤니티 같은 걸 형성해 상호 부조를 하고 있다.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 생각도 났다. 이 책에 나오는 재일교포들(그들이 일본에서 살게 된 이유는 탄자니아인 브로커들이 홍콩에서 살게 된 이유와 다르기는 하지만)도 자국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가의 공식적인 시스템에 속하지 못하고 (도박이나 노점상 같은) 비공식적인 경제 활동으로 먹고 산다. 지금으로부터 백여 년 전에도 이러했으니, 그 때보다 국가 간의 이동이 훨씬 더 자유로워진 지금은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비공식 경제 시스템 또는 커뮤니티가 존재할지 모른다(혹은 반대일까).


이 책의 실질적 주인공인 카라마의 캐릭터도 흥미로웠다. 저자에 따르면 카라마는 시간 약속을 지키는 법이 없고, 자기가 가진 것 또는 이룬 것에 대해 남들에게 과시하는 걸 즐기며, 돈만 벌 수 있다면 뭐든지 하는 사람이다. (근면하고 성실하기로 유명한) 일본인인 저자는 이런 카라마의 성격 또는 태도를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게 여겼다. 하지만 카라마와 가깝게 지내면서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 데에는 '다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그가 수시로 SNS를 드나들며 자신을 홍보하고 이미지를 관리하는 것은, 불법체류자인 그가 스스로 신용을 만드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비슷한 목적으로 SNS를 하는 사람이 어디 그뿐일까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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