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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의 책다락
  • 남달리 멍멍타로
  • 은소홀
  • 12,150원 (10%670)
  • 2026-07-16
  • : 3,760



예전에는 혼자서 식당에서 밥 먹고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걸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새는 '혼밥'이나 '혼영' 같은 말이 널리 쓰일 만큼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었다. 팬데믹 이후 출퇴근하지 않고 집에서 하루 종일 혼자 일하는 재택근무자 수가 늘었고, 혼자 먹고 자고 생활하는 1인 가구의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나 역시 혼자 일하고 혼자서 밥 먹고 영화 보는 걸 즐겨 하는 사람이라서, '혼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전에 비해 호의적으로 변하고 있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혼자라서 가능한 일이 있는 것처럼 함께라서 비로소 가능한 일도 있다는 걸 안다. 나의 좁은 세계가 친구로 인해 확장될 때가 그렇다. 


원래 나는 타로에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 날 친구가 유튜브로 타로 점을 보는 '제너럴 리딩'에 대해 알려줬다. 신문의 띠별 운세나 잡지의 별자리 운세처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타로 점이라서 정확성이나 예측성은 떨어지지만, 머릿속이 복잡할 때 보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껴서 종종 찾아보게 되었다. 또 다른 친구는 대형견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데 덕분에 나에게도 인생 첫 '개 친구'가 생겼다.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식당에 가고 카페에 갔는데 이제는 좋은 식당이나 카페를 발견하면 반려견 동반 가능인지 아닌지 살펴보게 된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도 대형견은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 그게 대형견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도 알게 됐다. 은소홀의 소설 <남달리 멍멍타로>를 읽은 것도 어떻게 보면 친구들 덕분이다. 제목에 들어 있는 '멍멍'이란 글자도 '타로'라는 글자도 친구들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심드렁하게 여겼을 테니 말이다. 


<남달리 멍멍타로>의 두 주인공 남달리와 송제인은 열세 살 초등학생이다. 남달리는 아무에게나 밝히기 힘든 어떤 '비밀' 때문에 이사와 전학을 일곱 번이나 했다. 그러다 보니 친구를 사귀기가 힘들었고, 엄마와도 사이가 안 좋아져 가출 비용을 모으고 있다. 가출 비용을 모으는 방법이 바로 '멍멍타로'이다. 달리는 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개와 관련된 고민을 안고 있는 친구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그걸로 돈을 벌고 있다. 달리는 친구가 없어서 걱정이라면, 제인은 어릴 때부터 남매처럼 지낸 반려견 레오 때문에 걱정이다. 얼마 전 백내장 수술을 받고 한 달 만에 집으로 돌아온 레오는 수술 후유증인지 제인을 낯설어 하고 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제인은 레오가 예전의 레오로 돌아와 주기만 한다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이다. 그런 제인이 중고거래 앱에서 '멍멍타로'를 홍보하는 게시글을 발견한 건 우연일까, 운명일까. 


비록 두 사람의 관계가 첫 만남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지만, 반려견 레오의 마음을 알고 싶은 제인과 개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는 달리가 만난 건 두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이후에도 제인이 필요로 하는 것을 달리가 가지고 있거나, 반대로 달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인이 가지고 있는 상황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 제인이 자신의 집 우편함에 인형을 넣고 간 사람을 찾을 때에는 달리가 다시 한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찾아 준다. 달리가 엄마가 버린 비디오를 보고 싶어 할 때나 집을 나와 갈 곳이 없을 때에는 제인이 도움을 준다. 어쩌면 제인 혼자서도 레오와 관련된 진실을 파헤치고, 달리 혼자서도 엄마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아마 더 오래, 더 힘들게 했어야 할 일을 더 빨리, 더 쉽고 즐겁게 해낼 수 있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지만, 달리와 제인의 경우를 보면 함께 가는 건 먼 길을 더 빨리 가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함께 가면 먼 길을 더 빨리 갈 수도 있고, 길 밖의 다른 세상을 볼 기회도 많아진다. 달리는 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능력의 장점밖에 몰랐는데, 제인을 만나고 레오를 찾으러 다니는 과정에서 자신이 그동안 만난 개들과 달리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번식 수단으로 이용만 당하는 개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런 개와 연결되는 것이 자신에게 큰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제인은 레오를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알게 된 것과 달리의 능력을 활용해 더 많은 개와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로 한다. 달리와 제인은 서로를 만나기 전에도 개를 사랑했지만, 서로를 만난 후에는 개를 사랑하는 데 따르는 책임도 생각하면서, 개를 더욱 잘 사랑하게 된다. 함께라서 생기는 고통까지 사랑하게 되는 것. 이는 혼자일 때는 불가능하지만 함께일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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