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토 가나에는 <고백>, <모성>, <속죄> 같은 미스터리 스릴러 계열의 소설로 유명한 작가이지만 감동적인 드라마 풍의 소설도 잘 쓴다는 걸 알게 된 계기가 <여자들의 등산일기>이다. 이 <여자들의 등산일기>의 속편이 <노을 진 산정에서>이다. <노을 진 산정에서>는 <여자들의 등산일기>와 마찬가지로 각자 일상에서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는 여성들이 산에 오르면서 벌어진 일을 담고 있다. 총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한 편 한 편이 마치 TV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실제로 NHK에서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었다고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우시로타테야마 연봉'은 나이 차는 있지만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65세 여성 '다니자키 아야코'와 42세 '마미야 마미코'가 주인공이다. 아야코는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남편이 운영하던 카페를 이어 받아 10년을 열심히 일해 왔다. 마미코는 남편이 생전에 좋아했던 산에 가보고 싶다는 아야코의 소원을 이루어주기 위해 이번 산행을 계획했는데 여기서 뜻밖의 인물과 재회한다. 이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 '북알프스 오모테긴자'는 공통의 친구 '이와타 유타로'를 추억하기 위해 산행을 결심한 두 여대생 '노가미 유이', '마에다 미사키'의 이야기를 그린다. 두 이야기 모두 로맨스 요소가 있고 약간의 미스터리가 가미되어 있다(무섭지는 않다. 코지 미스터리 정도...).
세 번째 이야기 '다테야마, 쓰루키다케'는 엄마 '지아키'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 산악부에 들어간 딸 '나쓰키'가 엄마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산행을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네 번째 이야기 '부나가타케, 아다타라 산'은 대학 시절 함께 등산부원으로 활동했지만 졸업 후 약 30년 동안 만나지 않은 두 친구 '무카이 에이코'와 '사쿠라이 구미'의 이야기이다. 세 번째 이야기가 냉전 상태인 두 사람이 '함께' 산에 오르면서 관계를 회복하는 이야기라면, 네 번째 이야기는 냉전을 지나 정전 상태인 두 사람이 '각자' 산에 오른 이야기를 편지로 주고 받으며 인연을 되찾는 이야기라는 점이 다르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매번 다른 식으로 펼쳐 보이는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