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쿠사가미 전쟁의 신> 3권은 어느덧 중반에 접어든 '고독'에서 현재까지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이야기와 슈지로 일행이 최종 결전이 벌어질 도쿄에 입성하기 전까지의 일들을 담고 있다. 3권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뭐니뭐니 해도 쓰게 교진의 과거 이야기이다. 그에게 특별한 사연이 있을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가슴 아픈(로맨틱한) 사연이 있었을 줄이야. 명예에 사로잡힌 아버지 때문에 인생이 바뀐, 그의 연인 히나의 사연도 참으로 기구하다. 이 소설은 (이런 장르인데도) 명예보다 실리(돈, 권력 등)를 중시하는 인물들이 대다수인데, 히나의 아버지는 예외적이고 비슷한 인물로 영국인 길버트가 미국 남북전쟁에서 만났던 남부측 장군이 떠오른다(그들의 최후도 비슷하다).
3권 후반의 무대는 요코하마인데, 일본 최초의 증기기관차를 비롯해 근대 문명과 과학 기술이 유입되기 시작하던 시절에 대한 묘사가 흥미로웠다(초창기 증기기관차는 외국인만 운전할 수 있고 일본인은 석탄 보급 같은 일에만 종사했다고 하는데, 이는 황석영 소설 <철도원 삼대>에서 운전사는 일본인만 할 수 있고 조선인은 보조 역할만 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근대 문명과 과학 기술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바로 교하치류일 텐데, 슈지로 일행이 도쿄를 향해 가는 동안 교하치류에 관한 숨겨진 진실도 함께 드러난다. 살아남은 최종 1인만이 교하치류의 계승자가 되는 것이 고독의 방식과 비슷한데, 교하치류의 규칙을 어긴 자(슈지로)가 고독의 목적을 거스르며 최종 결전을 향해 간다는 것이 묘하게 통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