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비하면 세상이 많이 안전해졌다고 느끼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안전하지 못하다고, 아니 훨씬 더 불안해졌다고 느낀다. 가령 내가 어릴 때에는 지하철 승강장에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선로 근처에 가는 게 불안했다. 이제 더는 그런 종류의 불안함을 느끼지 않지만, 치한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여전하고 불법 촬영 문제는 예전에는 없었는데 요즘은 심각하다. 세상은 점점 더 안전해지고 있는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다.
손보미의 장편 소설 <세이프 시티>는 제목 그대로 도시의 안전 문제를 다룬다. 잘나가는 경찰이었던 '나'는 수사 도중에 발생한 문제로 인해 사실상 강제로 휴직을 하게 된다. 이대로 경력이 단절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던 '나'는 불면증에 시달리다 새벽마다 집 밖으로 나가 산책하는 습관을 들인다. 어느 날 '나'는 철거가 진행 중인 구도심을 산책하다 여자 화장실만 표적으로 삼는 연쇄 범죄 사건의 범인을 맞닥뜨리게 된다. 경찰로서 가만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범인과 대치하다 큰 부상을 입는데, 이것이 예상치 못한 사태로 연결된다.
이렇게 요약된 줄거리를 보면 (휴직 중인) 경찰이 주인공인 평범한 범죄 스릴러 소설 같은데, 작가는 여기에 몇 가지 신기술을 더한다. 하나는 도시 내의 각 구역의 안전도를 평가해서 알려주는 '세이프 시티'라는 앱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기억을 선택적으로 지워주는 '기억 교정' 프로젝트이다. '나'는 새벽 산책을 나갈 때마다 세이프 시티 앱을 확인하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이 앱이 안전한 장소를 알려주는 고마운 수단이 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범죄 행위를 저질러도 되는(원래 우범 지역이니까)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이 모순적이다.
'기억 교정' 프로젝트는 '나'의 남편의 대학 동창인 신경과학자 임윤성이 개발 중인 기술로, 범죄 피해자의 기억을 삭제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범죄 가해자가 범죄 당시 느낀 쾌락을 제거해 재범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윤성은 범죄 피해자가 된 '나'를 이용해 프로젝트를 홍보하려고 하는데, '나'가 휴직 전에 겪은 사건과 여자이자 경찰인 점이 문제가 되면서 또 다른 사건들이 일어난다. 대체 여자에게 안전한 장소는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