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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의 책다락
  • 양면의 조개껍데기
  • 김초엽
  • 15,750원 (10%870)
  • 2025-08-27
  • : 44,623

SF 마니아는 아니지만 화제가 되는 책은 읽어보는 편이다. 호기심에 펼쳤다가 끝까지 못 읽고 덮은 책이 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건, SF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어렵다', '낯설다', '모른다'는 감각이 역으로 평소에 내가 얼마나 새로운 감각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하고, 더 나이 들기 전에 새로운 걸 배우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초엽이 2025년에 발표한 세 번째 소설집 <양면의 조개껍데기>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


이 책에는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려 있고, 각 단편의 중심에는 아직 현실이 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실현되거나 또 다른 세계에선 이미 실현 되었을지도 모르는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다.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의 최첨단 안드로이드, <양면의 조개껍데기>의 셀븐인, <진동새와 손편지>의 진동새, <소금물과 주파수>의 생태 탐사용 고래 로봇, <고요와 소란>의 사물이 소리를 내는 세계, <달고 미지근한 슬픔>의 극단적 데이터화, <비구름을 따라서>의 평행 세계로의 삼투압 현상 등이 그렇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등장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향하는 대상이 결국 인간인 점이 김초엽 작가의 소설답다. 가령 <수브다니의 여름휴가>의 주인공 수브다니는 최첨단 기술로 제작된 안드로이드이지만 인간다운 인간이 되고 싶어 인간화 시술을 받기로 한다. 인간의 생각으로는 인간처럼 생기고 말하고 행동하는 데다가 기계의 장점까지 더해졌으니 훨씬 좋을 것 같은데, 정작 수브다니 자신은 아무리 인간 같아 보여도 인간처럼 다치고 아프고 죽을 수 없다면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인간성이란 완전무결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과 결점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표제작 <양면의 조개껍데기>에는 하나의 신체에 두 개의 자아를 가진 '셀븐인'이라는 존재가 나온다. 소설 속에서 셀븐인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사는 우주인으로 나오지만, 여러 개의 사회적 자아를 가지고 사는 지구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의 연인이 더 좋아하는 것 같은 자아만 남기는 시술을 받으려고 하지만, 그 시술은 지구에서만 받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쉽지 않다. 소설에선 자아라는 개념으로 표현되었지만, 한 사람 안에 있는 여러가지 장점이나 단점을 의미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의 장점 중에는 단점에서 비롯된 것들도 있어서 단점만 제거하고 장점만 남기기가 쉽지 않다. 이 소설 또한 인간의 (또는 인생의) 부정적인 면을 피하지 말고 받아 들이라는 내용으로 읽혔다.


인간 자체가 아닌 인간이 속해 있는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도와주는 소설들도 있다. <진동새와 손편지>는 시각 정보가 없는 대신 진동새의 진동으로 기록을 남기고 저장하는 세계를 묘사한다. <소금물과 주파수>는 실제 고래 무리에 섞여 지내면서 바다를 헤엄치고 무리를 관찰하는 생태 탐사용 고래 로봇이 존재하는 세계를 그린다. <고요와 소란>은 살아 있는 동물뿐 아니라 생명이 없는 사물들도 소리를 낼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한다. <달고 미지근한 슬픔>은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 더 이상 인간이 무언가에 몰두할 필요가 없게 된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비구름을 따라서>는 삼투압 현상이 더 큰 규모로 발생하게 된 상황을 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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