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까운 사람이라고 하면 대체로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을 떠올린다. 그러나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관계라도 당사자들에게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 혹은 그 이상인 관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소설가 백온유가 2025년에 발표한 단편 소설 <연고자들>의 등장 인물들이 그러하다. 소설의 주요 등장 인물인 윤아와 태화, 지현은 보육원에서 만난 사이다. 보육원에 들어온 날짜와 사연 등은 각자 달라도, 서로 나이도 비슷하고 남들과 쉽게 공유하기 어려운 경험을 함께 했다는 이유 때문에 보육원을 나온 이후에도 가족처럼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소설은 윤아가 지현으로부터 태화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구청에서는 가족이 없는 태화는 무연고자로 분류된다며 시신 인도를 거절한다. 태화와 한때 연인 사이였던 지현은 태화와는 가족도 아니고 법적인 관계도 없지만, 태화 생전에 가장 가까웠던 사람은 자신과 윤아라며 직접 장례를 치르겠다고 주장한다. 윤아는 마음 같아서는 친남매처럼 지냈던 태화의 장례를 직접 치러주고 싶지만, 자신도 형편이 빠듯한 회사원인 데다가 세 사람의 지인을 다 불러 모아도 장례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태화가 친모와 헤어진 이유가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믿으며 오랫동안 자책해 온 윤아는, 동생 같고 아주 가끔은 연인이 되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던 태화에게 미안한 일을 늘리고 싶지 않기도 하다.
그렇게 좀처럼 정리되지 않는 마음을 안고 결정을 미루기만 하는 윤아 앞에 돌연 태화가 나타난다. 사실 윤아는 태화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기 전부터 태화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는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는 윤아에게 무슨 신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태화와 친모의 관계, 그로 인해 생긴 불우한 일들의 연속 등을 고려하면 예상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윤아는 마지막으로 자신을 찾아온 태화를 대접하며 마침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이별을 받아들인다. 세상에는 이런 이별도, 이런 사랑도 있구나. 언제나 나의 상상을 뛰어넘는 관계와 사랑을 탐색하는 백온유 작가의 다음 소설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