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가 같지 않지만 모두가 같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고전 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집 <백야>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이 책에는 도스토옙스키가 1848년부터 1877년에 걸쳐 발표한 단편 아홉 편이 실려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70년 전에 쓰인, 한국이 아닌 러시아에서 살았던 사람들을 가정하고 쓴 이야기인데, 한 편 한 편이 마치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았다.
첫 번째 단편인 <약한 마음>에는 좋아하는 여자와의 약혼을 앞두고 밀린 서류 작업 때문에 괴로워하는 친구를 도와주는 남자가 나온다. 두 번째 단편 <정직한 도둑>는 도와준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도 끝까지 그를 연민하는 남자가 나온다. 표제작인 세 번째 단편 <백야>에는 다리 위에서 우는 여자를 보고 불쌍해 결혼을 약속했지만, 여자와 약혼한 남자가 뒤늦게 나타나는 바람에 배신을 당하는 남자가 나온다. 착하고 이타적인 사람은 끝까지 착하고 이타적이지만, 바로 그 성격 때문에 원치 않은 고난을 당한다. 평론가들은 이를 사회주의와 연결해 분석하지만, 타인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독교적으로도 읽힌다.
아홉 편의 단편 중에서 지금의 현실과 가장 닮아 있다고 느낀 작품은 네 번째로 실린 단편 <악어>이다. 이 소설에는 장안의 화제인 악어를 구경하러 갔다가 악어에게 잡아먹힌 남자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남자가 악어 뱃속에 살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남자를 구하기 위해 악어 배를 가르면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한다는 이유로 남자를 구하지 않는다. 인간의 목숨보다 돈을 중시하는 요즘의 풍조와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이어지는 단편들도 인간들의 선한 면, 추한 면 등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고전이지만(심지어 어렵기로 소문난 러시아 소설이지만)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