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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의 책다락
  • 치유의 빛
  • 강화길
  • 16,200원 (10%900)
  • 2025-06-05
  • : 10,355



살면서 한 번도 '미용체중'이었던 적이 없고 늘 정상 체중과 과체중 사이를 오갔지만 다이어트를 결심해 본 적 또한 없다. 남들에게 예뻐 보이고 싶은 욕망보다 배고픔을 해소하고 싶(다기보다도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싶)은 욕망이 항상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예뻐 보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살을 빼야 하고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마음이 뭔지는 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어리고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더 크고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도 안다. 


강화길의 장편소설 <치유의 빛>의 주인공 '지수'의 경우가 그렇다. 삼십 대 여성 직장인인 지수는 명절을 맞아 엄마가 사는 본가에 방문한다. 말랐다며 끊임없이 음식을 내오는 엄마를 보면서 지수는 복잡한 기분을 느끼는데, 그도 그럴 것이 청소년기에 지수는 비만이었고 그런 딸을 엄마가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작고 마른 몸이었던 지수는 열다섯 살 때부터 식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몸도 자동적으로 커졌다. 작고 마른 몸은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약점으로 작용했기에 불편했지만, '여자치고' 너무 큰 키와 뚱뚱한 몸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커진 몸 때문에 단 한 가지 좋은 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오랫동안 지수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던 '해리아'의 눈길을 끌었다는 것이다. 외모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성격까지 좋았던 해리아는 그 당시 지수뿐 아니라 전교생의 우상이었다. 단 하나 문제가 있다면 해리아가 동네에서 사이비로 소문이 자자한 '조칠현 교회'의 신자였다는 것이었다. 조칠현 교회는 나중에 목사가 신도들의 돈을 가지고 도망가면서 동네에서 세를 잃는 듯했으나, 지수가 어른이 된 후 오랜만에 동네에 와서 보니 교회의 잔존 세력이 여전히 동네에서 세를 떨치고 있었다. 


지수는 과거의 일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과 거리를 두고 무시하려 애쓰지만, 언제부터인가 원인 불명의 통증을 겪으면서 치료를 위해 조칠현 교회와 관련이 있는 민덕병원이 운영하는 채수회관이라는 곳에 들어가 일종의 치유 수련을 하게 된다. 수련의 지도자는 통증을 야기한 '최초의 기억'을 찾으면 나을 수 있다고 말하고, 지수는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힌 수영 수업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날 지수가 그토록 동경하고 좋아했던 해리아가 다쳤을 때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구해주기는커녕 지켜만 보고 있었던 이유는 뭘까.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마음의 이면에는 사실 그 대상을 부숴 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걸까. 


여성이 다른 사람들 눈에 예뻐 보이고 싶고 날씬해 보이고 싶다고 할 때 남성의 시선을 의식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엄마나 자매, 친구 등 동성인 여성의 시선을 의식하는 경우도 많다.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남성이 아닌 다른 여성과의 관계로 풀어낸 점이 이 소설의 장점이고, 그래서 많은 여성 독자들이 이 소설에 공감과 지지를 보내지 않았나 싶다. (사이비 느낌 나는) 힐링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이 과거의 트라우마와 대면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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