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중학생 이치노세 츠바사는 자신에게 가족의 비밀을 알려준 소타가 오래전 집을 나간 자신의 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과거에 소타는 온화한 성격과 명석한 두뇌로 가족 모두의 인정과 사랑을 받으며 가족의 중심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사진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부정 당하고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물리학 공부를 하라는 요구를 받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을 나갔다. 형에 대한 기억을 되찾은 츠바사는 우연히 TV 중계 화면에 나온 소타의 모습을 발견하고 소타가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소타는 아야노라는 여자와 켄타라는 소년과 함께 살면서 혈연이 아니어도 가족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려고 한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후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에게 실망한 츠바사는 단란하고 화목하게 지내는 소타 가족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하지만 겉으로는 완벽하게 보이는 이 가족에게도 알고 보면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상적인 가족을 추구하는 소타와 아야노는 켄타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고, 발견한 후에도 해결하지 못한다. '완벽한 가족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츠바사는 소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간 츠바사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고 다시 한 번 꿈에서 깨어난다.
5권은 학교 폭력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Taizan 5 작가의 전작인 <타코피의 원죄>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도 있어서 트라우마가 있는 분에게는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켄타는 천진난만한 겉모습과 다르게 폭력에 대한 죄의식이 없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동정하는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영악한 면도 있다. 이런 아이는 어른들이 대체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싶고, 현실에서 이런 아이들을 상대하는 양육자, 교육자 분들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소타가 아야노, 켄타와 함께 만든 가족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혈연이 아닌 사람들끼리 가족처럼 사느냐고 말하는데, 애초에 결혼이라는 게 혈연이 아닌 두 사람이 가족이 되는 것 아닌가. 소타, 아야노가 부부이고 켄타를 입양했다고 생각하면 이 또한 드문 일이 아니다. 소타와 아야노가 자신들의 교육 방침을 고수하다 아이의 문제를 키우는 모습 역시 혈연관계인 부모 자식 관계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가족이 아니니까(또는 가족이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라, 어떤 인간관계에서든 이런 문제가 생긴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