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는 평범함을 거부하고 특별해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특별함을 짐처럼 여기고 평범함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김혜진의 소설 <어스름 청소부>의 주인공 '소요'가 그렇다. 중학생인 소요는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집안 대대로 내려온, '어스름'을 보는 능력이다. 어스름이란 곰팡이나 먼지처럼 쌓이면 딱딱하게 굳어 버리는 것으로,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으면서 그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소요네 부모님은 이 어스름을 청소하는 '어스름 청소부'로 일하고 있고, 소요도 가끔 부모님의 일을 돕는다.
소요는 어스름을 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어릴 때부터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았다. 옆집에 사는 '제하'가 유일한 친구인데, 사실은 제하도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제하가 가진 능력은 얼굴에 새겨진 '얼룩'을 통해 그 사람의 과거와 성격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단짝 친구 제하의 존재는 고맙지만, 소요는 내심 마음을 터놓고 사귈 수 있는 친구가 한 명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소요네 반에 '예나'라는 전학생이 오는데, 이 친구가 예사롭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든 많든 간에 어느 정도 어스름을 붙이고 다니기 마련인데, 예나에게는 먼지 한 톨 만큼의 어스름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들킬까 봐 남들 앞에서 소극적으로 행동했던 소요가, 어쩐 일인지 예나와 가까워지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임한다. 덕분에 두 사람은 금세 친구가 되고, 서로의 비밀도 털어놓게 된다. 그 결과 얼마 후에 벌어지는 '극적인 사태' 앞에서 소요와 예나(그리고 제하도)는 서로의 특별한 능력을 십분 발휘해 위기에서 벗어나고, 소요는 그동안 몰랐던 과거도 알게 된다. 남들과 다른 점을 결점이나 약점으로 여기면 안 되고, 결점이나 약점이라고 여겨지는 면을 감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때 더욱 강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 소설은 남들에게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고충을 보여주는 동시에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미덕을 보여준다. 어스름을 보는 능력은 없지만 어스름을 보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박 주무관', 소요가 위기에 놓였을 때 자기 일도 아닌데 발 벗고 나서준 동네 사람들, 제하 친구들의 모습이 그렇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어스름 청소부>는 실제로 여러 장소에서 청소부로 일하시는 분들을 모델로 쓰였다고 한다.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일인데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직업에 빛을 비춘다는 점에서도 이 소설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