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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의 책다락
  • 룩 백
  • 후지모토 타츠키
  • 5,400원 (10%300)
  • 2022-03-22
  • : 46,966



살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어떤 사람이 나에게 어떤 '세계'를 보여줄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기 만화 <체인소 맨>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 <룩 백>에는 혼자서는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세계에 서로를 데려다 주는 관계가 나온다.


초등학교 4학년인 후지노는 또래 친구들보다 뛰어난 그림 실력과 개그 감각을 인정 받아 학년 신문에 4컷 만화를 싣는다. 어느 날 후지노의 담임 선생님이 등교 거부 중인 은둔형 외톨이 쿄모토와 함께 만화를 연재할 것을 제안한다. 후지노는 "학교에도 못 오는 나약한 애가 만화를 그릴 수 있을까요?"라고 코웃음 치는데, 얼마 후 신문에 실린 쿄모토의 만화를 보고 더는 잘난 체하는 말을 할 수 없게 된다. 쿄모토의 그림 실력이 후지노의 그것보다 월등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후로 후지노는 쿄모토의 실력을 뛰어넘기 위해 친구들과 노는 시간도 줄이고 그림에 매진한다. 하지만 6학년이 되어도 쿄모토의 실력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가족과 친구들은 공부도 친구도 등한시하고 그림에만 빠져 있는 후지노를 질책한다. 결국 후지노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그림을 그만두기로 하는데, 졸업식 날 담임 선생님의 부탁으로 졸업 증서를 전해주기 위해 쿄모토의 집에 찾아 갔다가 뜻밖의 일을 겪는다.


이후의 전개는 후지노가 계속 그림을 그릴 경우의 미래와 후지노가 그림을 그만둘 경우의 미래, 이렇게 두 가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양쪽 모두 후지노가 쿄모토와 만나게 되고 쿄모토와 함께 그림을 그리게 된다는 점이 감동적이었다. 후지노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인생을 살든 간에 후지노에게 쿄모토는 반드시 만날 인연이고, 그림은 어떻게든 해내야 하는 일종의 '업'이라는 의미로 읽혔다.


주인공이 n회차의 인생을 경험하면서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과 반드시 해내야 할 과업을 깨닫고 그것에만 몰두하는 삶을 사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일본 드라마 <브러시업 라이프>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노 요코의 <백 만 번 산 고양이>와 함께 너무나도 좋아하는 세계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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