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 찾는 가게나 식당이 있다는 건 기쁜 일이다. 나에게는 아직 그런 가게나 식당이 없지만, 한두 곳 정도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제 가도 늘 그 분위기인 가게. 어쩌다 들러도 한결 같은 맛을 보장하는 식당. 그런 가게나 식당이 있다면, 이 '차가운 XXX들의 도시'가 조금은 따뜻하고 좀 더 살아볼 만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한 건,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하라다 히카의 소설 <마음을 요리합니다, 정식집 자츠>의 무대인 정식집 자츠가 딱 이런 식당이기 때문이다. 언제 가도 늘 그 분위기인, 어쩌다 들러도 한결 같은 맛을 보장하는 식당 말이다.
소설은 남편에게 갑자기 이혼하자는 말을 들은 30대 여성 사야카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남편이 이혼하자고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던 사야카는 남편이 요근래 즐겨 찾는 듯했던 정식집 자츠에 가본다. 푸근한 인상의 주인 아주머니를 남편이 마음에 둘 리는 없고, 식당 손님 중에 남편이 마음에 둔 여자가 있는 게 아닌가 짐작한 사야카는 자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남편이 마음에 둔 여자를 찾기로 한다. 그렇게 '불순한' 의도로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사야카의 인생도 바꾸고 주인 아주머니인 조우 씨의 인생도 바꾸는데,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하시길.
혼자서 식당을 경영하는 나이 든 여자와 아르바이트생으로 인연을 맺게 된 젊은 여자의 이야기인 점에서 무레 요코의 소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이 떠오르기도 했다. 음식을 곁들인 잔잔한 일상 힐링물처럼 읽히지만, 의지할 남편이나 자식이 없는 여성이 나이듦이라는 점점 가중되는 부담을 견디면서 어떻게 돈 벌고 먹고 살지에 관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히라다 히카의 전작들과 이어져 있다. 팬데믹 전후 자영업자, 특히 식당 종사자 분들이 겪은 경제적, 사회적, 정신적 고충에 대해 묘사한 부분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