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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의 책다락
  •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 이나가키 에미코
  • 12,600원 (10%700)
  • 2018-02-07
  • : 774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났다. 그 후로 14년이 지난 2025년 4월 10일 현재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12차 방류가 시작되었고, 올해만 5차례 더 방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지만,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아니 분명 (나를 포함해) 걱정하는 사람들은 있을 것이다.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하지만 뉴스나 신문 같은 매스 미디어에서는 오염수를 방류했다, 같은 뉴스를 기계적으로 내보낼 뿐 이에 대해 항의하거나 부작용을 걱정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 이상 원전 건설을 하지 않고 기존 원전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력 사용량을 줄여야 할 테지만 요원한 일이다. 


이나가키 에미코의 책 <그리고 생활은 계속한다>는 아사히신문 기자로 이십여 년 간 재직한 저자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스스로 전기 사용을 줄이며 탈원전 생활을 실천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마흔 살 때 퇴사를 결심하고 퇴사 이후의 삶에 대비해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 내용은 저자의 첫 책 <퇴사하겠습니다>에 자세히 나온다.) 한 달 지출 중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생활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전기 사용료를 줄이기로 결심했는데 생각 외로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 "10퍼센트를 줄이는 게 어려우면 50퍼센트를 줄이라"는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말에 힌트를 얻어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같은 전기제품 자체를 처분해 버렸다. 그 결과 전기 사용료가 줄어든 건 물론이고 생활도 대폭 간소해졌다.


냉장고 없이, 세탁기 없이, 청소기 없이 어떻게 살아? 싶겠지만, 저자가 해보니 의외로 쉬운 일이었다. 냉장고가 없으니 장 볼 때 식재료를 덜 사게 되고, 식재료를 덜 사니 요리를 많이 안 하게 되어서 요리에 쓰는 시간이 줄었다. 반찬 수도 줄었지만, 사실 반찬은 한두 가지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나는 그렇다). 세탁기도 없으니까 옷을 덜 사게 되고, 사더라고 세탁이 쉬운 옷만 사게 되고, 세탁이 쉬운 옷만 사니까 세탁하는 시간이 얼마 안 걸린다. 청소기 대신 빗자루와 걸레로 청소하니 청소할 때마다 거슬렸던 청소기 소음을 안 들어서 좋다. 이 밖에도 전자레인지, 헤어 드라이어 등 당연하게 사용했던 전기제품이 의외로 없어도 불편하지 않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가 팔랑팔랑... 나도 없애볼까?


저자가 처분한 전기제품 중에서 나라면 그래도 이건 처분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물건은 냉장고다. 겨울에는 몰라도 여름에는 어떻게 하려고... 근데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여름은 여름대로 냉장고 없이 살 만하다. 무청(시래기)을 햇볕에 말려서 무쳐 먹고 끓여 먹고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듯이, 다양한 채소들을 햇볕에 말려서 먹을 수 있고 맛도 영양도 더 좋다. 저자가 냉장고 없이 살면서 요리의 달인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는 후속작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에 자세히 나온다(지금 읽고 있다). 채식, 자연식물식 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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