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을 보고 문보영 시인님도 미니멀리스트구나 싶어 반가워하며 읽기 시작했다. 읽어보니 초콜릿 포장지나 고무줄이 늘어난 바지처럼 '설레지 않아서'가 아니라 버려야 해서 버린 물건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처럼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해 작심하고 물건을 버린 이야기는 아니고, 시인인 저자가 그날 그날 버린 것들에 대한 단상을 기록한 일상 산문집에 가깝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니 자연스럽게 내 주변의 물건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쓰다 만 노트나 애착 베개처럼, 더는 필요하지 않지만 버리면 안 될 것 같아서 괜히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나에게도 많이 있다.
근데 이 책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불안해서 버린다니. 보통은 불안해서 못 버리거나, 없어도 불안하지 않아서 버리지 않나. 불안해서 버리는 마음이란 뭘까. 일단 이 책에 나온 불안해서 버린 사례로는 진척이 없는 새 시집 원고가 있다. 마감 기한 전까지 원고를 다 쓸 자신이 없고, 다 쓴다 해도 그렇게 벼락치기로 쓴 시들을 자랑스럽게 여길 자신이 없다고 판단한 저자는 과감하게 원고를 엎었다. 그랬더니 그 전까지 불안감, 죄책감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편안해지고 후련해졌다. 세상 천지가 시 쓸 거리로 보이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억지로 다녔던 학원을 끊었던 기억과도 비슷했다. 학원을 끊었더니 오히려 공부할 시간이 늘어나서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이 생기고 학업 성취도도 높아졌다.
버렸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불안도 있다. 어머니의 수술을 앞두고 저자는 가족들과 수술과 여행의 공통점을 나열하며 불안을 떨치려고 노력했다. 그렇지만 수술 당일이 되자 온갖 불안한 생각이 들어서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고, 이대로 영영 어머니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꾸만 눈물이 차올랐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어머니도 금방 저자와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지만, 저자는 어머니와의 이별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만들어낸 불안과 공포로부터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어머니의 소변을 컵에 받아 버리는 일에는 익숙해져도, 어머니와의 이별이라는 생각 자체에는 익숙해지기 어려웠다. 버려도 남아 있는 마음들을 들여다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