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기록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고 올해부터는 나도 뭔가를 꾸준히 기록해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1년 짜리 다이어리와 5년 일기를 마련했다. 1년 짜리 다이어리는 먼슬리 코너에 일과를 기록하고 데일리 코너에 모닝 페이지를 쓰는 식으로 사용하고, 5년 일기는 매일 인상적이었던 사건이나 기억하고 싶은 감정을 남기는 방식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그렇게 두 권의 다이어리/일기를 사용한 지 이제 한 달 그리고 며칠이 지났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먼슬리 코너와 5년 일기는 그럭저럭 잘 쓰고 있는 반면, 데일리 코너에 모닝 페이지 쓰는 건 며칠 하다가 관뒀다. 아침잠 줄이는 게 너무 힘들다...
그래도 올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모닝 페이지 쓰는 습관을 들이고 싶어서 글쓰기에 관한 책을 이것저것 살펴 보다가, 알라딘 특가 도서/저가 도서 코너에서 제목을 보고 내용이 궁금해서 장바구니에 담았던 <매일 조금씩 쓰고 버린다>를 구입해 보았다.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버린다'라는 단어를 보고 호기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역시나 저자 분이 미니멀리스트로, 물건이나 생각을 정리하는 기술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쓰셨고 이 책에서 강조하는 쓰기의 목적도 '버리기'를 위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10여 년 전에 단순한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몇 번의 요요 현상을 겪고 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물건들의 목록을 전부 노트에 기록했다. 그랬더니 자신이 가진 물건들의 양을 정확하게 알게 되어 추가로 구매하는 일이 크게 줄었고, 요요 현상도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를 일정이나 감정을 정리하는 데에도 응용해 보았다. 노트를 쓰는 행위의 장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게 한다는 데 있다. 불안이나 짜증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러한 감정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감정을 글로 기록하면 눈에 보여서 통제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저자는 이 책에서 관리 노트, 스트레스 노트, 감사 노트, 일기&수첩 쓰는 법을 소개한다. 모닝 페이지 쓰는 법도 나오는데, 저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쓰지 않고 오전 일과와 조깅까지 마친 후에 쓴다고 한다. 모닝 페이지는 무조건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써야 하는 줄 알았는데 저자처럼 자신의 스케줄에 맞추어 유연하게 쓰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노트 한 권을 끝까지 쓰지 못하는 게 스트레스인 사람을 위한 조언도 나온다. 정말 안 쓸 것 같은 노트는 과감하게 처분하고 끝까지 쓰고 싶은 노트만 남긴 후에 1권씩 사용한다. 쓸 게 없으면 쓸 게 없다고 쓰는 것도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