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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의 책다락
  • 내일 죽기에는 2
  • 카리 스마코
  • 11,700원 (10%650)
  • 2024-11-28
  • : 755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중,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도 연락하고 지내지 않는다. 찾으려고 하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연락처를 알아내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운 친구도 별로 없다. 어릴 때는 사는 모습도 비슷하고 가치관이나 취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친구로 지내기가 어렵지 않았지만,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된 지금은 각자 사는 모습도 다르고 가치관이나 취향도 달라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어렵고, 예전에 친구였던 사람을 계속 친구라고 말해도 될지 고민 된다. 그래도 이따금 누군가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그 감정은 분명 비호감이나 무관심보다는 우정에 가까운 무엇일 거라는 생각은 든다.


카리 스마코의 만화 <내일 죽기에는> 2권에는 1권에서 예고처럼 잠깐 등장했던 인물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중학교 동창인 사와코와 토코는 학창 시절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 본 영화 이야기를 즐겨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영화 마니아인 사와코가 주로 이야기하고 영화만 보면 잠드는 토코는 사와코의 이야기를 들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 시절 사와코는 같은 반의 나루카미 사라라는 여학생이 신경 쓰였는데, 얼마 전 오랜만에 토코와 만났을 때 나루카미의 근황에 대해 슬쩍 물었다. 그때 토코가 말한 나루카미의 근황에 충격을 받은 사와코는 이후 비슷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노화 다음에 죽음이 온다고 생각했는데, 죽음이 노화보다 먼저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와코는 극단적인 상상을 하고 있지만, 사실 나루카미는 토코가 말한 '사건' 이후 무사히 목숨을 건졌고 지금은 어머니의 집에 얹혀 살면서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고 있다. 나루카미의 어머니는 딸을 영원히 잃을 뻔한 경험을 한 이후 딸을 더욱 조심히 대하는데, 나루카미는 그런 어머니를 볼 때마다 죄스러운 마음이 드는 나머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커진다. 동년배들은 부모를 부양하는데 자신은 아직도 부모의 부양을 받고 있는 처지인 게 괴롭다. 아직 젊으니까 뭐라도 할 수 있다는 말, 과거에 겪은 일 때문에 더 이상 괴로워 하지 말라는 말도 나루카미를 힘들게 한다. 2,30대도 일자리를 못 구해서 난리인데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 40대 여성에게 일자리가 있을까.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 또 다시 비슷한 일을 겪으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성 은둔형 외톨이 하면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마츠코가 떠오른다. 마츠코도 그렇고 나루카미도 그렇고 영화나 만화에 이런 사람들 나오면 왜 이렇게 사나 싶고 답답한데, 밖에서 다른 사람들 괴롭히는 사람에 비하면 집에만 있으면서 자기 혼자 괴로운 사람이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나루카미가 만난 사람들만 해도 누가 만나도 싫어했을 사람들이라서 그런 사람들과 부대끼며 계속 사느니 은둔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이해할 것 같기도 하다. TV에 안 좋은 뉴스가 너무 많이 나와서 TV 자체를 안 보게 되는 것처럼, 자신의 삶에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등장해서 삶 자체를 멈추고 싶어지는 그런 걸까 싶기도 하고... 


나루카미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2권에는 사와코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 2권 중반부터 사와코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몇 가지 생기는데 그래서 3권이 매우 기대된다. <내일 죽기에는> 2권에는 작가 카리 스마코와 요시나가 후미의 대담도 실려 있다. 두 분이 무려 동인 작가로 활동하던 10대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10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만화를 그리고 계신 두 분 모두 너무 멋지다. (3권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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