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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의 책다락
  • 내일 죽기에는 1
  • 카리 스마코
  • 11,700원 (10%650)
  • 2024-09-30
  • : 1,141



최근에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라는 책 제목을 보고 무릎을 쳤다. 요즘 들어 흰머리가 많이 생겨서 눈에 띌 때마다 뽑고 싶은데, 엄마가 절대 뽑지 말라고, 나중에 숱 줄어들면 뽑은 흰머리도 아쉽다고 말했던 걸 떠올리며 참고 있는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흰머리도 그렇고 피부도 예전 같지 않고 몸도 많이 굳고... 사람이 태어나면 늙고 병들어 죽는 게 당연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그 단계를 하나씩 경험할 때마다 영혼이 조금씩 죽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면서 살아온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고 싶은 걸 다 한 것도 아닌데, 이대로 이렇게 인생이 끝나면 어떡하나. 어떡하기는. 나만 손해지.


오지은 작가님이 번역하신 카리 스마코의 만화 <내일 죽기에는>을 읽으며 나이듦에 대해 생각했다. 이 만화는 중학교 동창인 40대 여성 3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혼나 사와코는 영화 홍보 회사에서 일하는 42세 비혼 여성이다. 어느 날 밤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통에 잠에서 깬 사와코는 이게 말로만 듣던 갱년기 증상인가 싶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혹시 심장에 이상이 있나 싶어서 병원을 찾아가 보는데, 의사가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증상이라고 해서 기분이 더 처진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젊지 않은 건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이렇게 계속 늙어가는 건가 하는 생각에 점점 더 우울해지는 사와코. 인생의 벽에 부딪힌 듯한 기분을 동년배에게 털어놓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중학교 동창 노자키 토코가 보낸 편지 한 통이 눈에 들어온다.


토코는 졸업 후 도쿄로 가서 취업한 사와코와 달리, 스물세 살 때 결혼해 딸 하나를 낳고 고향에서 쭉 살고 있다. 남편은 외국으로 전근 가고 딸은 대학생이 되면서 한가해진 토코는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일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동료나 손님에게 '아줌마'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 싶어서 가슴이 철렁한다. 동갑인 여성 동료와 대학생 딸은 자신의 기분을 알아주지 않는데, 젊은 남자 동료가 오히려 자신을 이해해주고 배려해줘서 그게 사무치게 고맙다. 그가 건네는 친절한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설레는 마음. 이래도 되는지 가까운 친구에게 상담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오래 전 사와코에게 보낸 편지의 답장이 도착한다.


아직 40대는 아니지만 40대를 코앞에 둔 30대 후반 여성으로서 공감 가는 장면이 아주 많았다. 사와코는 어릴 때부터 좋아한 영화를 직업으로 삼은 운좋은 케이스인데, 좋아하는 걸 일로 하다 보니 더 잘하고 싶고 열심히 하게 되어 과부하가 걸린 상태인 것 같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것 같지만 영화 자체에 대한 애정은 아직도 있는 것 같고, (아마도 그 덕분이라고 생각하는데) 2권 후반에 이르면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 생긴다. 역시 좋아하는 걸 한다고 해서 무조건 잘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후회는 없는 것 같다. 토코는 <빨간머리 앤>의 다이애나 같은 타입인데, 내가 워낙 다이애나 같은 타입의 인간을 좋아해서 그런지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오타쿠 딸도 너무 재밌고 ㅎㅎ

내용도 작화도 너무 좋아서 완결까지 무조건 읽고 싶고, 카리 스마코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이 만화는 분류하자면 성인 여성을 위한 휴먼 드라마 장르에 속하지만, 인터넷 서점에서 '카리 스마코'를 검색해 보니 BL이 많고 19금도 많다. 이 만화들도 조만간 읽어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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