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배출한 세계적인 대문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1821년에 태어나 1861년에 사망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가 1846년에 처음 발표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가난한 하급 공무원 마카르 제부시킨과 그의 이웃이자 먼 친척인 젊은 여성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가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서간체 형식을 취한다. 가난하고 의지할 가족도 없는 마카르와 바르바라는 며칠이 멀다 하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일찍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고 고아가 된 바르바라는 한 가난한 대학생 가정교사와의 만남을 통해 독서의 기쁨에 눈을 뜬 경험을 소개하며 마카르를 독서의 세계로 초대한다.
바르바라를 먼 친척 이상의 감정으로 대하는 마카르는 바르바라가 추천한 책들을 읽으며 그가 속한 세상의 모순에 조금씩 눈 뜬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삶을 바꾸기에는 그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각박하다. 상황만 각박한가. 그는 옷과 도박, 음주 등에 너무 많은 돈을 쓴다. 자기가 쓸 돈도 없으면서 남에게 빌려주기까지 한다. 자기보다 훨씬 어린 여성인 바르바라에게 돈을 빌려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빌린다. 은인으로 여겨도 부족한 바르바라의 이야기를 남에게(그것도 작가에게) 함부로 털어놓는다. 열등감과 피해 의식도 높아서 대인 관계도 직장 생활도 원만하지 못하다.
이런 와중에 바르바라는 돈은 많지만 성격은 거만하고 악독한 브이코프의 청혼을 받는다. 돈만 좋아하고 책은 싫어하는 브이코프와 결혼하고 싶지 않았던 바르바라는 마카르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마카르는 말로만 걱정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결국 바르바라는 브이코프의 청혼을 수락하고 마카르와의 관계에 매듭을 짓는다. 내가 바르바라라면 돈만 빌려가고 도움은 안 되는 먼 친척과의 관계를 진작에 청산했을 것 같은데, 결혼해서 페테르부르크를 떠나기 전까지 그의 징징거림을 받아주다니 오히려 천사 아닌가. 이런 바르바라를 악마적 여인이라고...? 동의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