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이라는 말이 참 좋다. 풀 해(解), 놓을 방(放). 무언가에 묶여 있는 상태에서 벗어난다는 상상만 해도 가뿐하고 자유로운 기분이 든다. 그러나 무엇과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는 막막함과 불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해방을 꿈꾸는 자는 반드시 자기 자신을 지탱할 것을 마련해야 한다. 정신적인 지지대로 삼을 만한 것 중에는 책이 있다. <해방의 밤>의 저자 은유 역시 그랬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초보 엄마 시절 유아차를 끌고 집 근처 도서관을 드나들었던 추억을 소개한다. 아이 둘을 데리고 도서관 책기둥 사이를 누비던 그 시절의 저자는 몇 년 후 자신이 유명 작가가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그동안 자신의 정신적인 지지대가 되어준 책들을 소개한다. 이십 대 초반에 결혼해 이십 대 중반에 아이 둘의 엄마가 된 저자는 당시 자신이 얼마나 어리고 젊은지 몰랐다. 그랬던 저자에게 '다른 삶'이 있다는 걸 알려준 것이 책이다. 왜 남편의 노동, 아빠의 노동은 자상함의 발로이고 특별한 일로 찬사를 받는데 아내의 노동, 엄마의 노동은 당연한 희생이고 대수롭지 않은 일로 폄하되는가. 왜 아들에게는 더 주고 덜 받는 것이 당연하고 딸에게는 덜 주고 더 받는 것이 당연한가.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에 대한 답은 늘 책 안에 있었고, 책을 읽으며 저자는 현실을 곧바로 바꿀 수는 없어도 더 나은 미래가 올 때까지 버틸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어느덧 두 아이를 다 키우고 오십을 넘긴 저자는 최근 '간헐적 자취'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자식들이 자취하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자신은 한 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더 늦기 전에 혼자 살아보는 경험을 해보기로 했다고 한다. 자취에 관한 책은 많지만 비혼 무자녀에 살림 경험도 적은 사람이 쓴 책이 대부분인데, 만약 저자가 자취에 관한 책을 쓴다면 기혼 유자녀에 임출육 경험자이고 살림 실력도 만렙이라서 기존 책들과는 다른 내용이 나올 것 같다. 저자의 또 다른 해방기(記)를 기대해 봐도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