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는 나에게 여러 의미로 특별한 작가다. 부모님이 사주시는 책이나 학교에서 읽으라고 하는 책만 읽었던 중학생 시절. 집 근처 서점에서 예쁜 표지에 혹해 <키친>, <암리타> 같은 소설을 사서 읽었는데 그 책들의 작가가 요시모토 바나나였다.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내가 몰랐던 세계가 이 책 안에 있다는 건 알 수 있었고, 그렇게 일본 소설 읽기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해 에쿠니 가오리, 무라카미 하루키, 오쿠다 히데오 등으로 취향을 넓혀갔다. 지금은 일본 소설을 그때만큼 열심히 읽지 않지만, 그 시절 좋아했던 작가들의 책이 나오면 옛정으로 읽곤 한다.
<여행 아닌 여행기>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2012년에 출간한 에세이집이다. 원제는 <人生の旅をゆく2>. 1권은 <매일이,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2017년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제목만 보고 여행 이야기도 있고 여행 아닌 이야기도 있겠구나 짐작했는데 과연 그랬다. 서민 동네 출신인 저자는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도시 경관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것에 불만이 많다. 새로 지은 고층 건물이 늘어나면 부동산 업자들은 좋겠지만 그 동네에서 오랫동안 어울려 살아온 이웃 관계가 무너지고 소상공인의 형편도 어려워지는 등 여러모로 안 좋은 점도 많기 때문이다.
여행을 즐겨 하는 저자는 외국에 갈 때에도 그곳의 이른바 로컬 문화에 눈길이 간다. 저자가 특히 좋아하는 여행지는 인도네시아 발리섬, 그리스 미코노스섬, 이탈리아 카프리섬 등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도시에서 보기 힘든 자연 경관과 현지 문화가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사잔 올스타즈, 오바케의 Q타로, 마쓰우라 야타로 등에 관한 글도 흥미롭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알 수 있는 글도 있고, 동물 및 식물과 어울려 사는 삶, 육아의 기쁨과 어려움에 관한 글도 있다. '그때그때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을 찬찬히 헤아리자'라는 문장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