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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의 책다락
  • 이해인의 말
  • 이해인
  • 14,850원 (10%820)
  • 2020-12-15
  • : 3,127



이해인 수녀님의 존함은 자주 들었지만, 실제로 이해인 수녀님이 쓰신 책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엄밀히 말해서 이 책은 이해인 수녀님이 직접 '쓰신' 책은 아니다.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이 총 10회에 걸쳐 이해인 수녀님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인터뷰집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인물의 생전 발언이나 인터뷰 중 일부를 갈무리해 소개하는 마음산책 <말>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는 형식이 다르지만 그래서 더 좋기도 했다. <말>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는 달리 생존해 있는 인물이 주인공이므로 새롭게 인터뷰를 진행해 수록하는 편이 적절하다는 생각도 든다. 


인터뷰는 며칠에 한 번꼴로 이해인 수녀님이 머무는 해인 글방에서 진행되었다. 팬데믹이 한창인 2020년 여름에 진행된 인터뷰라서, 인터뷰이가 직접 수녀님을 뵙지 못하고 화상 인터뷰로 갈음했다. 인터뷰 때마다 수녀님이 인터뷰이를 위해 꽃이나 열매 등을 가져와 보여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동백, 꽈리, 백일홍, 석류, 태산목 등등.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생명들을 보면서 함께 경탄하고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섭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좋았다. 비(非) 가톨릭 신자인 인터뷰이를 배려해 최대한 종교색이 드러나지 않는 대화, 다른 종교를 믿거나 종교를 가지지 않은 (나 같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대화를 나눈 점도 좋았다. 


인터뷰 내용은 지난해 수도 생활 50주년을 맞은 이해인 수녀님의 생애와 가까운 사람들 이야기, 수도 생활 이야기, 남기고 싶은 메시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코로나 시기에 필요한 마음가짐과 사람과 사회를 대하는 태도 등에 관한 조언도 담겨 있다. 여러 번 읽고 마음에 새기고 싶어서 따로 메모한 구절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구절은 "이기적인 예민함에서 이타적인 예민함으로 건너가는 사랑을 배우자"이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대에 필요한 사랑은 "최우선으로 약한 사람을 선택하는 사랑"이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선물은 안으로 나를 들여다보고 이웃을 자세히 보게 한 것"이다. 힘든 때일수록 "치우치지 않는, 차별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 


인간관계가 힘든 건 수도원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배웠다. 나를 오해하거나 시기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니 너무 마음 쓰지 말고, 반대로 나를 좋아하고 도와주는 사람 또한 어디에나 있으니 그 사람들을 잘 챙기라는 말씀도 마음에 새겨야지. "일부러 명랑하게 살지 않으면 남에게 부담을 준다"는 말씀도 기억에 남는다. "일출의 바다는 또한 일몰의 바다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라는 시구도 좋았다. 고통을 피할 순 없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힘든 일이 있다고 좌절하거나 분노하지 말고, 그 안에서 감사함을 찾고 성숙의 기회로 삼는 것. 쉽지 않겠지만 꼭 필요한 마음 자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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