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전해지는 명작들을 우리는 고전이라 부른다.
하지만 고전은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정작 그 고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한 영문학 교수가 10년간 감옥에 갇힌 죄수들, 그 중에서도 흉악하다 일컬어지는 슈퍼맥스의 죄수들을 상대로 셰익스피어 문학에 대한 수업을 한 실화를 적은 책이다. 책의 저자인 로라 베이츠 교수는 자신이 어릴적 가난하고 위험한 빈민가에 살았다고는 하지만 참 겁도 없지 싶었다. 여성의 몸으로 간수도 동행하지 않은채 죄수들 앞에서 수업을 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날 정말로 놀라게 했던 것은 10대에 저지른 살인으로 가석방없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뉴턴이 셰익스피어 수업을 들으면서 그 내용에 대해 말했던 내용들이 때로 너무나 철학적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천천히 그의 과거와, 그가 지금 살아가는 환경을 되짚어보면서 오직'생각'만이 그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일이었음을 깨닫자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너무나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고, 너무 다양한 것들의 유혹을 받기에 한가지 일에, 또는 한가지 생각에 온전히 집중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뉴턴같이 오랜 세월을 대화할 사람조차 없이 독방에 갇혀지낸다면 오로지 생각하는 일, 그 자체에 집중할 수 밖에 없을테니 그의 생각이 점점 깊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혼자하는 생각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뉴턴은 어린시절부터 계속해서 소년원을 들락거리느라 제대로 된 학교 수업도 받지 못했고, 따라서 그가 알고있는 것은 그가 길거리 생활을 하면서 배웠던 것이 전부였을테니 그런 그에게 있어 로라 베이츠 교수를 만난것은 더할나위 없는 행운이며 행복이었을 것이다.
그의 지적욕구를 해소시켜줄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였을 테니 말이다. 물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매력적이었을 테지만 말이다.
p.116
"그는 군인으로서 전에는 적을 죽이고 있었을 분인데, 젠장맞을! 이제는 사람들의 창자를 들어내고 있어요. 과거에는 그가 왕을 시해한다는 생각을 못 견뎌 했을지 모르지만, 이제 그는 그 생각에 편해졌어요, 살인을 저지르고도 잘 자죠."
그가 날카롭게 지적했다.
"본성 대 양육이라. 흔한 논쟁거리지."
"그게 여전히 논쟁거리인가요? 제 말은, 모르시겠어요, 정말로?"
그가 물었다.
"어느 쪽이지?"
"당연히 양육이죠, 쌤!
뉴턴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배우면서 그 주인공 멕베스의 심리 변화에 대해서 놀랍도록 통찰력있게 파악한다.. 그러면서 맥베스에게 자신을 대입하여 고전을 그저 전해져오는 이야기가 아닌 삶, 그 자체로 만든다. 이 책에 내용이 진행되면서 나는 뉴턴과 베이츠 교수가 진행한 무수한 수업들, 그리고 그 수업이 진행되면서 서로 교류하였던 감상과 셰익스피어의 문학에 녹아있는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들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조금 어려운 책이 아닌가 싶었지만 전혀.! 책도 술술 잘 읽히고 우리가 막연히 비인간적이라 생각하는 죄수들에게도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는 것, 오히려 그런 면때문에 더 비뚤어진 길로 갈 수 밖에 없었다는 걸 알 수 있어 놀랐다. 그들이 인간이라고 그저 생각하는 것과 인간이라는 걸 확인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역시 논쟁거리가 남아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까우면서도 해결책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성년자의 죄에 대해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처벌이 약한 편이지만, 외국의 경우, 특히 뉴턴이 살인사건을 일으킨 주의 경우 고작 17세의 소년에게 항소의 여지를 주지 않는 가석방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는 점에서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죄수들은 잘못을 저질러서 벌을 받으려고 교도소에 간 것이니, 그곳에서 어떤 인간적인 대우, 예를들어 교육을 받는다는 등의 대우를 받는 것이 오히려 불합리 한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 부분도 영원히 논쟁거리로 남지 않을까? 교육은 사람을 바꾼다. 로라 베이츠 교수와 함께 셰익스피어 수업을 진행하면서 뉴턴이 지난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보고, 앞으로의 그의 삶 또한 지금까지와 다른 양상을 띠도록 변한 것 처럼 다른 범죄자들도 교육을 통해서 이전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교도소에 간 죄수들의 경우 교도소에서 오히려 더 많은 죄를 짊어지고 사회에 나와 더 큰 범죄자가 되는 경우를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서 비단 뉴턴과 베이츠 교수의 삶 뿐 아니라 나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 또한 조금 달라졌다는 걸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고전을 항상 어렵게만 생각하던 사람이 있다면 그 고전들을 만나기전에 이 책을 먼저 만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나면 셰익스피어의 고전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은 열망에 휩싸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