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트레인
봄욜 2026/02/0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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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트 트레인
- 문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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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문지혁 작가님 신간을 목빠지게 기다렸다면 믿을까. 그렇게 기다리던 소설이 현대문학 핀 시리즈(057)로 나왔다. 제목은 나이트 트레인(나도 그 기차를 탄 적이 있었지), 여행에 관한 기록이라는 소개에 읽기 전부터 이미 푹 버렸다. 그래 이거지! 내가 기다려온 바로 그 작품이 나온 것이다.
실물 책을 받아든 순간 또 반해 버렸다. 어쩜 이리도 설렘을 주는 표지란 말인가! 당장이라도 밤 기차를 타고 싶게 만들잖아. 연두연두한 필사 카드, 이 색감 어쩔거야~ 읽기도 전에 애정이 한가득 쏟아진다.
이야기는 아버지가 보내온 소포 속 필름 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1999년 유럽 여행에서 찍은 추억의 사진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작가님이랑 난 같은 시기에 유럽에 있었다. 21일 유럽 호텔팩, 런던 인 파리 아웃, 시계방향으로 한 일정, 심지어 여행의 시작점이 빈이라는 것까지도.(이유는 다르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추억이 덧입혀지기 시작했다.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고 떠났던 이 여행을 애도의 시간이라고 서술한다. 상처와 아픔에는 애도의 기간이 필요한 법이다. 훌쩍 떠나는 여행만큼 좋은 약도 없다. 사람마다 치유의 방법은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그렇다.
여행자들은 ‘비포 선라이즈’를 보면서 여행지에서의 로맨스를 꿈꾼다. (작품속에서 여러 번 언급되는) 빈은 찰나의 인연이 스치는 장소라 애틋하게 그려진다. 사랑과 낭만의 빈을 이 소설에서는 사랑을 끝내기 위해 찾는다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일행의 불평이 쏟아진다. “이게 뭔 호텔팩이고, 야간열차팩이지.”(p.96) 이 작품의 제목 <나이트 트레인>은 야간열차를 의미하지만 주인공이 여행을 하면서 소설을 습작하는데 쓰기의 연속/글쓰기 훈련 ‘write train’의 유음 이의어일 수 있다.(p.195)
여행의 목적을 이뤘을까? 결말을 보니 목적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 모든 여행에는 여행자가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고(p.26) 마르틴 부버가 말했다. 어떤 목적을 갖고 떠나든 여행은 성장의 동력이 될거라 믿는다.
이것은 여행에 관한 기록이다.(p.11) 이 소설은 1999년 유럽 여행의 기록이며 사랑의 끝과 시작을 통과하는 청춘 열차다. 엊그제 일은 생각나지 않는데 99년 덜컹이는 야간열차의 추억은 너무나 생생해서 놀라울 정도다. 분명 고된 여정이었지만 낭만으로 기억되니 지나고 보면 모든 여행은 달콤함만 남는 듯하다. 추억 소환이 된 <나이트 트레인> 기대하며 기다린 보람이 있는 작품이다.
1999년 그해 여름 야간열차를 타고 유럽을 누빈 사람 또 어디 없나?
🔖p.26
여행에는 목적이 있을까?
일찍이 마르틴 부버는 말했다. 모든 여행에는 여행자가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고.
🔖p.109
기억을 가까스로 재구성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어쩌면 전수진의 이야기가 모두 사실인 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일부의 사실과 일부의 거짓, 혹은 과장이나 왜곡이나 편집이 들어갔을 수도 있다. 완전히 꾸며낸 이야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부분 그렇듯 우리는 자신의 삶을 서사화하고 그 속에서 특정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통해 이 무의미한 삶을 어떻게는 견뎌내려고 하니까.
🔖p.128
그들은 자신의 여행을 말할 때 수줍어하기도 하고 머뭇거리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했다. 분명한 건 그들 모두에게서 어떤 마음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무엇으로도 결코 훼손하거나 왜곡되거나 사라질 수 없는 마음.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 연약하고 변하기 쉬우며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마음. 각자의 여행을 시작하게 했고 여전히 지니고 있으며 아마도 여행을 마칠 때는 이전과 같지 않을 마음. 우리가 우리 자신이라고 착각하고 믿으며 바라는 마음.
#나이트트레인 #문지혁 #현대문학 #핀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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