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전들
봄욜 2025/11/0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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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전들
- 저스틴 토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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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 - 2025-10-20
: 4,480
#도서협찬
저자인 저스틴 토레스는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퀴어 작가이자 영어학과 부교수다. 그는 퀴어 정체성에 대한 자전적 유년기를 담은 첫 소설로 데뷔해서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번 작품 <암전들>은 단순한 퀴어 서사가 아니다. 역사 속에서 지워지고 검열된 퀴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잊힌 인물과 기록을 복원해낸다. 실존하는 연구서 <성적 변종들:동성애 패턴 연구>를 재구성하고 20세기 초 퀴어 사회학자 잰 게이의 행적을 추적한다.
죽음을 앞둔 후안 게이는 자신을 찾아온 한 청년에게 오래된 연구서 두 권을 건네며 “이 프로젝트를 완성해 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두 사람은 10년 전 정신병동에서 만난 적이 있으며, 세대가 다른 두 퀴어는 남은 시간을 함께하며 기억을 되짚고 잰 게이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1930년대 퀴어 연구자이자 레즈비언이었던 사회학자 잰 게이는 300명이 넘는 동성애자들의 증언을 수집해 <성적 변종들>을 집필했다. 그러나 당시 여성은 독자적으로 연구를 출판할 수 없었고, 그녀의 이름은 학문사에서 지워졌다. 그들의 욕망이 질병으로 분류되던 시대, 잰 게이의 연구와 증언들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실존하는 연구서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해져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사진과 참고 문헌은 어디까지가 진실인가를 끊임없이 묻게 한다. <암전들>은 소설이면서도 동시에 역사서, 증언록, 기억의 복원 기록처럼 읽힌다.
잰 게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회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20세기 후반 이후 많은 나라에서 동성애는 정신질환이 아닌 인간의 성적 지향 중 하나로 공식 인정받았다. 동성결혼 합법화, 차별금지법 제정, 성소수자 인권 보장 등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동성애는 다수의 사회에서 존중받아야 할 인간의 다양성으로 평가되지만, 문화적•종교적 전통이 강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갈등과 차별이 공존한다. 우리나라도 법적 보호 수준은 제한적이지만 사회 인식은 점진적으로 변화 중이다. 그들의 목소리가 블랙아웃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블랙아웃(blackout)’은 단순히 불이 꺼진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기록에서 지워진 존재들, 사회가 외면한 이들의 상징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그 암전 속에 남겨진 목소리를 불러낸다.
🔖p.57
후안은 그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건, 뭐라고 부르건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타인의 오해를 바로잡을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그 시절에도 나는 그가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비록 우리 모두 복도 끝, 단단히 잠긴 두 짝의 문밖으로 나갈 수 없는 처지인 건 마찬가지였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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