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인사
봄욜 2025/03/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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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인사
- 함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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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 202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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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함정임 작가 소설이 꽤 오랜만에 나왔다. 반가운 맘에 덥석 받아들었다. 이 소설은 초기 단편[어떤 여름]의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미나와 장, 두 사람이 그대로 등장한다. 작품이 길어진 만큼 윤중이란 인물이 추가되었다.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미나와 장의 시선으로 번갈아가며 기록된다.
171페이지 분량의 경장편인데 담고 있는 내용은 풍요롭다 못해 벅차기까지 하다. 프랑스 문화의 대향연이자 마치 로드 무비 같다. 언급한 작가와 소설이 한 두 편이 아니다.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파리의 우울],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안톤 체호프의 [사랑에 관하여],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 열거하자니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로드 무비 같다고 한 이유도 있다. 발터 벤야민의 발자취를 따라 파리에서, 부르고뉴, 산레모, 마르세이유, 페르피냥, 포르부까지 미나와 장은 기나긴 여정을 함께 한다. 발터 벤야민이 누구길래? 책속에서 그의 행적이나 명언이 소개되어 있지만 갈증을 채우기엔 부족하다.
P.148
발터 벤야민
1892, 베를린-1940, 포르부
문명의 역사는 동시에 야만의 역사이다.
발터 벤야민은 독일 문학평론가이자 철학자다.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려 했지만 스페인 서북부 포르부에서 자살한다. 미나는 그의 족적을 찾아 포르부까지 가게 되는데 동행한 장은 살포시 연정을 품는다. 미나와 장, 윤중의 삼각 구도에서 기분 좋은 긴장감도 느껴졌다. 미나의 마음은 어디로 흐를까?
함정임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 문학뿐 아니라 그림과 노래도 언급한다. 파울 클레의 그림 「새로운 천사」가 궁금해서 찾아봤고, 조니 할리데이의 노래 「1월의 어느 일요일」 도 들어봤다. 이렇게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한 소설이다.
P.32
파리에서 파울 클레의 그림들을 보려면 퐁피두 미술관에 가야 했다. 클레의 그림을 찾아보아야겠다는 생각은 순전히 즉흥적인 것이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 발길을 어수선하게 이끌었고, 와중에 「새로운 천사」라는 그림이 떠오른 것이었다.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작가답게 프랑스 지리에도 훤하고 도시 곳곳에 얽힌 이야기도 풍부하고 흥미롭다. 잔잔한 스토리에 스며들면서 다양한 문화까지 누리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결말은 예상한 대로 흐르지 않았지만 어쩜 그래서 더 여운이 남는 건지도 모르겠다.
P.39
살짝 스치듯 뺨을 댔다 떼는 게 다였지만, 미나와의 밤 인사는 장에게 키스만큼이나 감미로웠다. 잘 자요, 라는 말은 몇 번이고 듣고 싶었다.
누군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미나처럼 난 앞으로 함정임 작가의 작품을 따라가게 될 것 같다. 이 책이 시작이 되었던 [어떤 여름]부터 일단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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