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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s0426님의 서재
  • The Upstairs Delicatessen: On ...
  • Dwight Garner
  • 28,820원 (18%1,450)
  • 2024-10-22
  • : 50
나는 인지적 유연함을 지향한다고 말은 하지만, 내게 익숙한 것을 먼저 취하고 낯섦에 대한 거부 반응이 있는 것 같다. 사고의 경직성을 지양하려면 다양성에 대해 마음을 활짝 열고 다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하는데, 인지 장벽이 높아 익숙하고 편안한 곳에만 안주하려 한다. 이런 나의 고집은 이 책의 보석을 캐내는 데 큰 장벽이 되었고, 즐거운 독서가 아닌 완독에 의미를 두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했다. 독서(reading)에 관한 내용인 줄 알고 구매했는데, 실상은 음식(food)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그럼에도 왕성한 식욕만이 주가 아니라 eating과 reading이 늘 병행되는 내용이라서 매우 독창적이고 이국적인 면이 있었다. 나의 취향에 맞지 않는 도서라 할지라도 내 독서의 지평을 넓히는 데 자양분이 될 거라 믿는다.

대화와 사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음식을 논함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시대가 되었다. 음식은 공용어이며 즉각적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원천이라는 표현(Food was a lingua franca and a source of instant nostalgia. p. 213)은 현대를 가장 잘 대표하는 문구가 아닌가 한다. 나 역시 먹는 것을 싫어하지 않으나 음식은 나의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 요리에 문외한이고 미각이 발달하지도 않아서인지 ‘맛집 투어’라는 말이 생소할 정도다. 그러나 이런 내가 별종이다 싶을 정도로 지인들 대부분은 음식에 관심이 높아, 심드렁한 내가 이상한가 싶을 때가 많다. 보편성이라는 흐름에 올라타는 흉내라도 내야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이 책은 내게 약간의 도움이 되었다.

어린 시절 작가는 단순히 먹는 것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먹으면서 책을 읽고 책을 읽으며 잠이 드는 열독가였다. 책뿐 아니라 신문, 잡지, 간행물 등 다양한 분야를 읽으며 청소년기를 보낸 것이 요즘의 우리와 다른 점이지 않을까 한다. 오늘날 먹기와 읽기를 함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싶다. 친구들과 어울려 보내야 할 시기에 읽기와 먹기를 동시에 하며 왕성한 식욕뿐 아니라 열정적인 독서 편력을 과시했다. ‘Popcorn Reading Parties’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작가는 먹으면서 독서를 했던 것 같다. ‘인간은 기기와 결혼했다(men are so wedded to their gadgets. p. 204)’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휴대폰에 중독되어 있는 현대인에게 작가의 방법을 도입하면 독서 인구가 늘어날지 궁금하다.

아침, 점심, 쇼핑 리스트, 수영, 낮잠, 음료, 저녁 등의 순서로 각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각 시기에 맞는 책과 작가가 함께 소개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장 많이 언급된 작가는 조지 오웰(George Orwell)과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이다. 나는 그들의 책을 읽으며 기억나는 요리가 전혀 없는데, ‘사랑하면 알게 되고 보인다’더니 작가는 수많은 도서 속 음식과 작가의 취향을 잘 갈무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커피(Kopi Luwak)도 이번 기회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음식 비평을 쓰기 위해 6~7시간 동안 장소를 바꾸어가며 집중해서 읽는다는 내용에는 매우 공감했다. 그만큼 독서에 대한 사랑과 실천은 별개의 일이며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K-Food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해서 한국 음식을 살짝 기대하며 읽었는데, 2023년에 출판된 책임에도 언급은 한 번 정도였다. 『Crying in H Mart』를 통해 떡국이 소개된 것이 약간 아쉽긴 하다. 과거 서양 문화에 대해 가졌던 무조건적인 동경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지금, 언젠가 한국 음식이 전 세계적으로 더 깊이 인정받는 시기가 오길 바란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도 좋지만, 주체성을 가지고 우리나라 고유의 미, 멋, 맛을 유지하며 다양성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음식이 아닌 독서에 관심이 많기에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형이상학적 숙취’에 대처하는 방법이었다. 작가는 우울증, 슬픔, 외로움 등의 형언할 수 없는 복합체를 ‘형이상학적 숙취(metaphysical hangover)’라고 불렀다. 숙취를 독서로 이긴다니 얼마나 창의적인가. 숙취 해소용 독서(hangover reading)로 밀턴의 『실낙원』을 추천하며, 기분이 나아지기 전에 감정적으로 더 우울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감정적인 고통은 단순한 조언으로 극복되지 않는다. 행복의 상대성으로 인해 즐거운 상황이 오히려 박탈감을 줄 수 있기에, 낙원을 잃은 절망감을 먼저 직면해야 숙취를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일까. 이 대처법만 보아도 작가가 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요리는 ‘조리법의 불확실성을 음식의 확실성으로 변화시키는 것’(transformation of uncertainty(the recipe) into certainty(the dish))이라 했다. 요리사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질 위험은 있으나, 결국 확실한 예술 작품으로 탄생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어린 시절의 취미를 직업으로 이어가며 평생 즐겁게 일하는 작가가 한없이 부럽다. 나는 먹으면서 독서하지는 않지만, 맛집 투어가 유행인 시대에 작가의 독서법을 빌려서라도 더 많은 사람이 책을 가까이하게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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