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아픔, 슬픔 없이 기쁨이 넘치는 삶을 살았던 사람은 한 사람도 없지 않을까한다. 누구나 저마다 다른 정도와 깊이의 상처가 있어서 이런 책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도 있다. 제목에 이끌려서 구매하였는데 읽다보니 목회자를 위한 책이었다. 그러나, 나는 내 방식대로, 내 마음의 상처에 연고를 바르는 심정으로 읽으니, 어느새 치료받은 느낌이 든다. Book Therapy가 그 어떤 특효약을 대신할 것인가?
현재의 강력한 포로가 되어 사는 현대인은, 의도치 않게 자신의 미래의 수동적 희생자가 되어 살아간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사는 핵인간(nuclear man)은, 사후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역사적 혼란과 단절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 자기 중심적 내향적 삶을 사는 핵인간은 어떤 외부적 현실도 그의 불안감과 외로움으로부터 그를 자유롭게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핵인간의 삶의 두번째 특징은, 그를 이끌어 줄 권위자인 아버지가 없는 삶이다. 아버지 대신에 그의 동료가 기준이 되고, 동료가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에 민감성을 드러낸다. 즉, 동료의 폭력에 노예가 된다(become enslaved by the tyranny of their peers). 아버지의 인도가 없다는 것은 동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과 다르지 않다. 그누가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세상의 인정에 대한 욕구가 전혀 없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거짓일 것이다.
타인의 시선과 인정의 욕구에 속박되어 있는 핵인간의 세번째 특징은 분노이다. 뿌리 깊은 불행, 우울, 불안감으로 가득찬 세상을 향한 경련성 발작과도 같은 공포와 소외감을 느낀다. inwardness, fatherlessness. convulsiveness의 특징을 안고 살아가는 핵인간을 치유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어쩌면 그 어떤 사람도 이들을 치료할 수 없을 것이다. 오직, 인간은 인간일 뿐이고, 인간이 신이 될 수 없으며, 신이 없이 인간은 인간이라 불릴 수 없고, 오직 신만이 치유자가 되실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인간인 우리도 누군가의 ‘내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becoming his tomorrow). 내일이 있음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살아갈 의지를 잃을 것이고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병원의 낯선 환경에서 수술을 기다리던 Mr. Harrison에게는 그를 기다리던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오로지 고된 일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살아가는 것도, 죽는 것도 두려웠던 사람이었다. 그에게 ‘내일’은 큰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의미있는 내일이있었거나, 누군가가 그의 내일이었다면 그는 삶에 대한 희망을 보였을 것이다.
누군가의 내일이 되어 주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처를 잘 직시하고 먼저 치료해야 한다. 자신의 상처를 부인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잘 묶고 보듬으며 돌보면서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료할 준비를 하라고 했다. 상처에 대한 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상처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The way out is way in.) 상처가 꼭 타인으로부터 입은 흔적만은 아닐 것이다. 평생 안고 가야하는 외로움, 내적 공허함, 파괴적 기대감도 우리를 괴롭히는 아픔과 상처가 아니던가?
외로움의 상처까지 잘 싸매고 안아주며, 마음을 열어 상대를 환대하고, 무법의 침입자라는 개념이 아니라 겸손함으로 타인의 상처 속으로 들어가 치유자가 되어 보라고 한다. 나는 예전에, 내 마음을 먼저 추스려 회복이 되고 난 후에 상대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환대(hospitality)는 있는 자, 가진 자, 마음이 따뜻하고 온유한 자의 특권이라 생각했는데, 나처럼 상처 투성이인 자도 healer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어쩌면 엉터리 삶을 살아온 내 마음의 상처가 온전히 치료되어 온유함과 겸손의 삶을 살 수 있는 날은 영원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바로 오늘 상처받은 치료자가 되어 누군가의 내일이 되길 촉구하는 것인가? 어쩌면 다른 사람을 위한 공간을 내어줌으로써 내 상처가 어느새 아물어 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아픔이 있는데 자꾸 일어나라고 해서 가혹하다 생각했는데, 이것 또한 나를 치료하시는 방법이었던가?
Being alive means being loved.
We can only love because we are born out of love.
We can only give because our life is a gift. (P. 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