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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s0426님의 서재
헨리 나우웬은 카톨릭 신부님이자 하버드 대학 교수님이셨다. 그런 그가 서커스단에 매료되어 몇년간 생활을 같이 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신부님과 교수님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 그의 명성에 큰 타격이 있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한 그의 용기와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뜨거운 가슴이 시키는 일에 도전하여 즐거움과 기쁨을 얻고 아울러 서커스 단원들과 함께 했던 시간으로부터 영성을 끌어 낼 수 있었던 그에게 존경심을 표한다.

나이든 노교수가 서커스 공연 맨 앞자리에 앉아 어린아이와 같은 황홀한 얼굴로 박수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우리에게 항상 따라 다니는 족쇄가 있다면 ‘나이’라는 단어이다. 마치 그 누가 몇 세에는 무엇을 하고 몇 세에는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정해둔 것 처럼 나이값이란 단어에서 조금이라도 이탈하면 수치심과 부끄러움을 먼저 생각하게 한다. 내가 여자라서 더 나이에 민감한 것일까? 평생을 정신적인 고뇌와 영적인 싸움에 시간을 쓰신 신부님이 몸으로 표현하는 서커스단에 매료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Body-centered spirituality라고 표현되어 있었다. 서커스와 영성은 서로 닮아 있었다. 서커스 공연은 매일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를 극복하며 한계에 도전해야 한다. 서커스 단원들은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알지 못하는 영적 허기를 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무리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flying을 잘 해도, 잡아주는 catcher가 없다면 그 공연은 실패로 끝이 난다. Flyer의 노력이 아니라 catcher가 잡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공연의 완성이 전적으로 catcher의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Flying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는 이 단어 속에서 자유를 보았다. 구속에서 자유롭게 어딘가로 마음껏 날 수 있는 자유함이 그립고 그립다. 현재 나의 하루 하루가 얼마나 버겁고 큰 구속에 단단히 묶여 있는가? 난 이 속박을 벗어나 자유롭게 날고 싶다. 그러나, 비행을 시도한다는 것은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내가 자유롭게 마음껏 날아 오를 때 누군가 항상 그 자리에서 나를 잡아주는 catcher가 있다는 것과 떨어져도 safety net가 있다는 것을 믿어야 날 수가 있다.

나는 이제 확실히 나의 catcher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그동안에도 여러번 떨어졌고 우아하기는 커녕 엄청 추한 모습으로 떨어진 적이 있다. 앞으로도 살아가는 동안 또다른 추락이 있을 수 있다. 이제는 예전과 다른 나의 safety net을 생각하며 용감하게 도전할 수 있을까? Henri Nouwen 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쉼없이 도전하는걸 좋아한다. 이제 나도 직업에서 소명으로, 개인주의에서 공동체 의식으로, 쾌락에서 영성으로 삶에 도전이 가능할지 생각해 본다.

놀라운 문장이 있었다. God does not want to be feared. God wants to be loved. God wants to be as close to us as we are to ourselves. 하나님을 경외함이 지식의 근본이라 했기에 경외감이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사랑과 친밀함을 원하실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도, 영적인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도 마치 서커스 공연을 하듯이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catcher에 대한 믿음이 없이 날 수 없고, 떨어져도 safety net가 있다는걸 믿어야 도전할 수 있다.

나의 catcher이자 safety net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고 멀리 있지도 않다. 늘 나와 함께 동행하며 나의 연약함을 잘 알고 있고, flying을 두려워하는 것도 아신다. 가끔은 falling도 계획하시어 나의 교만을 고개 숙이게 하시고, 겸손이 글로벌 코드임을 알게 하신다. 나에게 falling이 없었다면 나는 고개 숙이는 법을 몰랐을지도 모른다. 사랑할만한 구석하나 없는 내가 무조건적으로 사랑받았음으로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조건없이 사랑하고 돌려받지 못함에 서운한 마음을 품지 않고 그 누구도 정죄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기도하고, 신앙 서적을 읽으며 감동하고 회개해도 하루에도 몇번씩 넘어지고 실패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safety net으로 떨어졌기에 매번 다시 일어나 사랑하기를 연습한다. 덜 받음에 서운한 감정은 조금씩 희석되는 것 같으나, 또 넘어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래도 catcher가 있는걸 알기에 사랑과 도전을 계속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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