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나가와현 출신으로 도쿄대학을 졸업한 저자는 2014년 데뷔작 "사랑과 금기의 술어논리"로 제51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했습니다. 2015년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로 2016년 제16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베스트10',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 베스트10' 등에 선정되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재난 미스터리 <아리아드네의 목소리>를 보겠습니다.
주인공 다카기 하루오는 드론 사업을 하는 벤처 기업 '탈랄리아'의 드론 실기 강사입니다. 설립된 지 8년 정도 된 이 회사는 시설물 점검과 재난 구조용 드론을 개발했지만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대형 건설사, IT 기업들과 손잡고 시작한 도시 개발 프로젝트 WANOKUNI 프로젝트는 지하에 건설된 스마트 시티입니다. 도시 기능을 지하로 옮기는 데에는 여러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하나는 지상에 공장이나 창고 등이 없는 관계로 물류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인데, 그 해결책이 바로 탈랄리아의 드론입니다.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오늘부터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개막식이 열렸습니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가 공중 드론 쇼인데, 가몬, 하나무라, 다카기가 참석합니다. 도노야마 도지사의 조카딸이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말할 수 없는 삼중 장애를 가진 나카가와 히로미가 이 도시에서 어떤 할 수 있는 것이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는 말로 감동을 주는 개막식 연설을 합니다. 드론 쇼가 무사히 끝나고 정리하던 중, 최대 진도 6강의 지진이 발생해 난리가 납니다. 특히 지하 쪽 피해가 커서 곳곳이 붕괴되고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WANOKUNI는 지하 5층까지 있는데, 이번 지진으로 거의 모든 층이 파괴된 상태입니다. 위층 화재와 아래층 침수가 진행되고 있으며, 지하 3층 생산층과 4층 인프라층에 발전소, 가스탱크, 공장 같은 주요 시설이 있어 2차 재해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탈랄리아의 아리아드네 시리즈는 재난 구조 활동, 그중에서도 조난자 발견에 중점을 둔 기체입니다.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접근해 수색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3세대 SVR-Ⅲ는 소리를 통해 조난자를 찾기 위한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구조자 나카가와 히로미는 지하 5층 지하철 승강장에 있으며, 구조자를 발견하면 구조대가 올 때까지 지하 3층에 있는 비상 대피소까지 유도하는 임무입니다. 다카기가 메인 파일럿이 되었고, 서브 파일럿과 주변기기 담당은 히노 소방장이 맡았습니다. 가몬은 정보 분석 등의 지원을, 여성 소방관 사에키 마리는 진행 상황 보고 및 기타 잡무를 맡았습니다. 드론에 와이어를 장착한 후 테스트해 본 결과, 안내견만큼은 아니어도 진행 방향을 알려 주는 정도로는 사용 가능하다고 판단해 작전을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SVR-Ⅲ의 바닥 쪽에는 유도용 와이어가 한 가닥 뻗어 있고, 나카가와 씨가 끝부분을 잡고 있을 것입니다.
대피소까지 2000m 이상 남은 거리를 그녀를 어떻게 유도할지, <아리아드네의 목소리>에서 확인하세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아리아드네'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성의 이름입니다. 신화 속 영웅 테세우스는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퇴치할 때 자신을 흠모하던 크레타섬의 공주 아리아드네에게 받은 실타래를 써서 괴물이 사는 미궁에서 탈출합니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것을 '아리아드네의 실'이라 부르는 것도 이 이야기에서 유래합니다. 그리고 재난 구조 드론인 SVR-Ⅲ는 그런 '실' 대신 구조자가 내는 '소리'나 '목소리'를 길잡이 삼아 구조에 나설 수 있습니다. 재난 구조 현장에서 소리는 매우 중요하답니다. 지진이나 산사태가 발생했을 때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나 자동차의 시동을 꺼서 일시적으로 주위를 무음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현장 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잔해 밑에서 들리는 희미한 신음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감지하는 것입니다. 그런 방식을 최첨단 기술로 실현한 SVR-Ⅲ은 아리아드네의 실이 아닌 '아리아드네의 목소리'인 것입니다. 이런 기술을 자랑하는 드론이지만, 보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나카가와 히로미를 지하에 건설된 스마트 도시에서 구해야 합니다. 위층 화재와 아래층 침수가 진행되는 가운데, 지하 5층에 있는 구조자를 지하 3층 비상 대피소까지 6시간 안에 피신시켜야 합니다. 일반인이라면 드론에 연결된 마이크로 지시를 내려 어렵지 않겠지만, 삼중 장애를 가진 구조자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알려주는 것이 문제입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처럼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방법을 찾는지의 과정을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재난 현장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이 더욱 감동이었고, 자신만 피해자라며 주장했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합니다. 남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미는 그 마음을 간직하며 저자의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사람마다 한계치가 다르니까요.
누군가에게는 쉬운 일이 나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 있고, 그 반대 경우도 있죠.
그래서 전 '나한테는 불가능해'라고 생각되면 곧장 그 일을 포기하고
조금 더 제가 '할 수 있을' 법한 일을 찾아요.
그쪽으로 목표를 전환하는 거예요.
할 수 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느껴지는 것부터 하나씩 하는 거예요.
p. 250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