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하고 시끌벅적한 "사건"이 줄줄이 터지거나 요절복통 유머가 가득 실린 소설이 아니라도 읽는 재미가 이처럼 "쫀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소설이 < 다시 살고 싶어 >이다.
너무나도 세심하고 리얼하게 그려진 등장인물의 성격이 마치 매일매일 내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 (특히 여자들) 같아서 맘이
끌리기도 하고, 그때그때 상황의 묘사 역시 세밀하고도 정교해서 크고작은 사건 자체보다도 더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한국에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이
"클레어 메수드"라는 여류소설가의 글솜씨와 심리 분석의 묘가 탁월하다.
소설의 영어 제목은 The Woman Upstairs (위층 여자)로서, 꿈 많은 소녀시절의 인생설계를 현실의 무게 때문에 포기하고
(혹은 무기한 연기하고) 세속의 의무를 잠자코 수행하느라 일상에 묻혀버리고 눈에 띄지도 않게 살아가는 수많은 "보통 여자들"을 가리킨다.
그래서 당연한 일이지만 이 소설은 페미니즘을 둘러싼 많은 논란과도 맥이 닿아 있다.
어쨌든 그렇게 "조용하고 착실한 거짓 삶을" 살고 있던 주인공에게 ... 느닷없이 사랑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무려 3겹의
사랑이 !! 귀여운 사내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와, 그 엄마의 남편을 향한 트리플 러브스토리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 무기력하고 좌절에 빠져 있던
한낱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말이다 !
그런데... 그렇다면... 이 소설의 첫 페이지에서 (거의 과장되게 표현되는) 그녀의 분노는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
그녀가 느끼는 그 지옥 같은 배신감은 대체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 이 작품을 "괴물과도 같은 심리 스릴러"의 백미로 불러준 아마존닷컴 (이
달의 책에 선정) 뉴욕 타임즈 및 수많은 영미 언론의 찬사는 바로 그러한 반전의 실마리를 암시해준다.
" 날 완벽하게 사랑해줘 ! 그게 아니면
이 빌어먹을 걸 내게서 가져가라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