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작가의 <어린이의 세계>와 이준수 작가의 <선생님의 보글보글>을 같이 읽었습니다.
이준수 작가의 제목은 '선생님'의 세계를 다루는 듯 하지만,
결국 선생님이 바라보는 어린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김소영 작가님과 이준수 작가님이 다루는 대상은 모두 '어린이'입니다.
<어린이의 세계>를 읽은 분이라면, <선생님의 보글보글>을 읽는 것도 권유합니다.
글쓰기 교실의 선생님(김소영 작가님)이 바라보는 '어린이의 세계'와,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이준수 작가님)이 바라보는 '어린이의 세계".
같은 어린이를 다루지만, 두 세계의 어린이들이 다른 점이 재미있었어요.
1. 글쓰기 교실의 어린이들. (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의 세계>)
글쓰기 교실은 적은 수의 아이들이 모여 글을 씁니다.
아무래도 글쓰기에 관심있는 아이 본인이 제발로(?) 걸어들어 왔거나,
아이가 글을 썼으면 하는 교육관을 가진 부모님의 자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지요.
그래서 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들은,
조금 더 자기 표현을 정돈할 수 있고(글로 쓰니까요),
집에서 사랑받고, 잘 보호받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그 어린이들을 밀도 있게 바라 보니,
어린이 한 명, 한 명의 세계와 사연이 녹아 있습니다.
사회의 구성원, 그 주체로서의 '어린이'가 궁금하시다면 김소영 작가님의 책을 권합니다.
2. 초등학교 교실의 어린이들. (이준수 작가님의 <선생님의 보글보글>)
이준수 작가님의 어린이들은 '교실 속의 어린이들'입니다.
<선생님의 보글보글>은 교실에서 20명 넘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호흡을 맞추는 이야기입니다.
학교에서의 아이와, 집에서의 아이가 다르다고 하지요.
학교에서 아이가 다른 이유는, 선생님이 계시고,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공교육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은,
아주 다른 가정과, 아주 다른 개성과, 아주 다른 학습 능력 및 태도를 갖고 살아갑니다.
너무 다른 아이들이 서로 호흡하면 어떤 느낌이 날까요?
조퇴를 맡기 위해 꾀병을 부리는 '프로 꾀병러'들,
버킷 리스트에 빼곡한 아이들의 '*kg 빼기',
콩나물 성장 실험에서 말라가는 콩나물을 보고 슬퍼서, 콩나물 실험에 실패한 이야기.
스스로를 곤듀라고 칭하는 아이까지.
109쪽. 부모들은 자식을 바라볼 때면 어김없이 로열 패밀리 콩깍지를 쓴다. 크기는 또 얼마나 큰지.
그런 맥락에서 나의 일터인 학교는 왕족 교육기관이다. 왕자와 공주는 당연한 권리처럼 사랑과 지지를 갈구하며, 고품격에 어울리는 대접을 원한다. 스무 명이 넘는 왕자와 공주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왕족 교육의 대리인으로서 어린 왕족을 존중하고 성심껏 가르쳐야 한다.
교실에서 날것 그대로의 어린이를 마주하다보면,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로 가지 못 하면 잃어버릴 것들을 알게 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학습격차만 벌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아이들이 잃어버린게,
학교를 잃어버리면 무엇을 잃어버린지를 알게 됩니다.
'우리 아이가 지내는 초등학교 교실은 어떨까?'
'내가 다니던 시절의 학교와 비슷한 분위기일까?'
'우리 아이의 담임 선생님은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실까?'
와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 이준수 작가님이 주간지 '시사IN'에 연재하는 '학교의 속살'을 애독하던 독자로서,
이 책 출간이 반갑습니다.
세상의 어린이들을 이해하다보면,
나의 아이 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의 나의 상처를 보듬고,
어른인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답을 하게 됩니다.
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라는 세계>, 그리고 이준수 작가님의 <선생님의 보글보글>.
아이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교직은 학생 및 학부모의 선호 직업 상위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욕을 먹는 분야 중 하나인 교육 카테고리에 포함되어 있고, 교사 본인들이 생각하는 직업만족도는 하위권을 맴돌지만 결혼 배우자 상대로는 괜찮은 평가를 받는 몹시 복잡하고 역설적인 직업이다.- P8
어떤 사람은 죽어서도 사람을 가르치는 재주가 있다.- P48
누군가에게는 과학 실험이니까,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식물이니까 괜찮다는 말이 가슴을 찌르기도 한다.- P59
사람들은 수도권 대도시가 시끄럽다고, 집값이 비싸다고, 자연이 좋다고 하면서도 도시만 찾는다. 비싼 돈 내고 해안가 리조트에 잘도 묵으면서 지방 해안 도시에 살면 죽는 줄 안다. 소도시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소도시에 살고 싶은 나는 잘 모르겠다. 지방은 생활비가 적게 들고 자연이 가깝다. ... 어쨌든 여러분, 지방은 당신을 해치지 않아요. 너무 겁먹지는 말아주세요.- P76
접시에 남은 카나페를 아이들에게 먹인다. 주거니 받거니 접시를 돌리는 사이, 우리 반은 집단 각성 상태에 돌입한다.
"우리 이번 학기 너~어무 좋았지 않냐?"
"맞아요. 카나페도 먹고."
"담임 선생님도 좋았지? 그치?"
"예. 맞아요."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있다. 초등학교에서 술을 마실 수 없으니, 우리는 설탕을 먹고 당중진담을 나눈다. 무슬 말을 나눴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여튼 기분이 좋다. 딸꾹!- P80
나는 금손의 앞날을 걱정 하지 않는다. 뭘 해도 잘 먹고 잘살 것이다. 사람 마음 얻으면 다 가진 거지 뭐.- P113
노동의 가치와 보상은 절대적이지 않다. 어떤 노동에 비싼 값을 치르고, 존경을 표현할 것인지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다. 나는 나중에 혹시 창영이와 미주의 재능을 무료로 탐하는 파렴치한이 있을까 봐 은밀히 한 마디 덧붙였다.
"누가 공짜로 너희 부려 먹으려 하거든 계약서부터 내밀어, 너희 청소는 진짜 예술이니까."- P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