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권"이란 말이 아직도 무섭니?
bplat 2019/05/0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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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왜 인간입니까
- 송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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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4-10
- : 232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한뒤 나같은 일반인 사이에서도 인공지능같은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과학에 문외한인 나도 이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어 감정까지 습득한다는 과학기술과의 공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고 어설프게 "기계권" 이란 말을 꺼냈다가 친구에게 충격이라는 비난도 들은 적이 있다. 기계에 의해 인간의 영역이 위험받고 있다며 어떻게 인간도 아닌 기계의 권리를 옹호할 수 있냐?라는 게 친구의 힐난이었는데 그 당시에도 기계가 지능과 감정을 가지고 학습에 의해 발전해나가는 존재라면 인간과 다른 점이 뭐냐?라는 의문을 품기도 했다.
그런 즈음에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어려운 과학이 아닌 SF 소설 속에서 답을 찾는 이 책과의 만남은 반가웠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인공지능, 로봇, 복제인간 등을 소재로 한 SF 소설을 소개하면서 그 속에서의 인간과 기계와의 관계맺음에 대해 성찰하고 있는 책이다. SF 소설에 별 흥미가 없을 뿐더러 쟝르문학은 수준이 낮다는 편견까지 갖고 있던 나였는데 과거부터 현재까지 SF소설이 얼마나 인류의 미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고 반성어 시간도 가졌다...
책에서 제일 관심을 끄는 주제는 역시 "포스트휴먼"이다. "기본적인 능력이 현재의 인간을 근본적으로 넘어가버려서 더는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된 새로운 인간"을 뜻하는 포스트휴먼은 결국 미래의 인류이고 이 신인류는 기계와 인간의 경계가 사라져버린 새로운 종이 될지도 모른다. '지배할 것이냐 지배당할 것이냐'라는 적대적인 이분법을 넘어 출현한 이 새로운 인류는 바로 우리의 아이들이다. 이렇게 보면 아시모프의 로봇3원칙은 오히려 슬프게 들린다. 그것은 로봇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우리에게 강제된 불합리한 규율처럼 보인다. "당신은 왜 인간입니까"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나는 무조건 인간이며 나 외의 존재는 인간이 아니다" 라는 확신부터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이 대두되고 인간권을 넘어 동물권, 기계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인간은 과거에 신과 왕을 끌어내렸듯이 '최고 존엄'의 자리에서 끌어내려지고 있다.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자연을 파괴하는 악성 바이러스에 불과하다는 센 이야기까지 나오는 판이다. 인간도 로봇3원칙의 계명처럼 스스로의 존재를 보호하고 싶다면 자신을 "원 오브 원"이 아닌 "원 오브 뎀"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주위의 다른 존재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문학을 "상상된 과거" 또는 "오래된 미래"라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온 세월에 기반해서 앞으로를 상상하고 준비하게 해주는. 결국 지금 책을 읽는 것은 현재의 나를 돌아보면서 내다보는 이중의 창을 보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이 책 뿐만 아니라 소개되는 여타의 SF소설들도 접해본다면 우리가 결국은 만들어낼 미래의 기계사회에 대한 우리의 공포심과 적의도 조금은 희망으로 바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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