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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lat님의 서재
  • 전복과 반전의 순간 Vol.1
  • 강헌
  • 13,500원 (10%750)
  • 2015-06-29
  • : 2,586

제목 그대로다. 음악에서 전복과 반전이 일어났던 바로 그 순간을 다룬다.

음악의 역사인가, 역사 속에서 본 음악인가. 역사의 격변기 속에서 음악이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음악이 독자적으로 생생하게 보이지는 않을 터. 저자는 음악의 역사에 초점을 맞춘다. 단, 음악에서 전복과 반전이 일어났던 이유를 정치, 사회, 경제와 결부시킨다.

사회와 음악의 격변기가 늘 일치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10대가 기성세대에 맞서 재즈와 로큰롤을 통해 문화적 권력을 장악했던 시기 10대들은 자신의 윗세대와는 달리 풍족함을 누리고 있었지만 그 풍족함이 도리어 이들의 문화적 반항을 촉진시켰다. 소련의 젊은 세대들이 전쟁같았던 혁명기가 지난 후 자신들이 할 일이 없음에 좌절했듯이 어려운 시기 이후에 태어났던 미국의 10대들은 자신들이 기성세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반항했고 정치와 경제를 장악한 기성세대에 맞서 문화의 권력을 쟁취했다.

반면에 한국의 통기타 세대는 비록 돈이 없어 밴드대신 통기타를 들긴 했지만 사회의 변화와 때론 거리를 두고 때론 접신하며 새로운 문화를 열어젖혔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박정희 정권이 그토록 집요하고 잔혹하게 창작의 싹을 짓밟지 않았다면 우리의 대중음악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한정된 장르에 싹쓸이의 모습과는 다르지 않을까. 저자가 “아침이슬”을 해설하는 부분은 이 책의 백미다. “아침이슬”이 민주화의 송가가 된 사회적 상황의 생생한 묘사는 물론이고 이 곡의 음악적 해석이 명쾌하게 펼쳐진다. 저자의 해설을 읽다보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 익숙한 노래가 새롭게 들린다.

음악사를 다루는 저자의 해석은 철저히 사회적 상황과 함께 한다. 어떤 위대한 음악도 어떤 불세출의 천재도 시대와 별개로 갑자기 출현하지는 않는다. 클래식의 위인들도 마찬가지다. 궁정사회의 시민음악가 모차르트와 공화주의의 이상을 품은 현실주의자 베토벤의 출현과 부침, 그리고 그들의 음악적 성과는 유럽의 부르주아의 출현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종교음악에서 고전주의를 거쳐 낭만주의로 나아가는 음악사나 또는 각 작곡가의 개별적인 생애를 통해서 주로 보아왔던 이 시대의 변화를 저자는 창의적인 시각으로 풀어낸다. 역사가 그렇듯 음악사 역시 필연과 우연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며 펼쳐진다. 멘델스존이 바흐를 다시 발굴해내지 않았다면 바흐는 시대와 함께 잊혀진 다른 수많은 음악가들처럼 그렇게 사라졌을까. 바흐만큼 위대했지만 원통하게도 발견되지 못하고 잊혀져 버린 다른 음악가들은 과연 없을까. 결국 위대하다는 것도 후대에 발견되느냐 아니냐의 차이일까. 그렇다면 위대하다는 것도 누군가의 의도로 기획되어질 수 있을까. “사의 찬미”와 “목포의 눈물”이 일으킨 센세이션이 그 곡 자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어떤 세력의 의도가 개입했듯이 말이다.

예전부터 강헌 평론가가 ‘꼭 책을 써야할 사람’으로 글 좀 쓴다는 이들에게 늘 호출되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 평가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된다. 때로는 저잣거리의 어투까지 서슴치 않을 정도로 쉽게 쓰면서도 전복의 순간을 궤똟는 깊이가 있다. 음악 뿐 아니라 정치,역사,경제를 넘나드는 광대한 지식의 폭은 또 어떤가. 빽빽이 달려있는 각주가 읽기를 불편하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저자가 이인물 혹은 사건에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가 궁금해 각주를 읽어보게 된다. 이렇게 글을 잘 쓰고 아는 것도 많은 ‘넘사벽’ 위인의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견해를 그저 세례처럼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그렇다 해도 민비에 대한 비판에는 백배 공감한다.

사회에 반항하고 새로운 세계를 모색하는 것이 음악의 본질이라는 철없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스스로의 견해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있는 이 책에 별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술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읽게 될 2권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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