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컬렉션'을 보기 위해서 예약의 시도를
거듭하다 과천에서 열리는 전시는
결국 실패하고 서소문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전시회에 다녀왔었다.
전시장을 꼼꼼히 돌아보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 작품의 일부였을테니
소장했던 작품들을 얼마나 많았을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 많은 미술품들을 수집한 기준이 무엇이었으며
어떻게 수집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는데
<아주 사적인 미술관 : 이건희 홍라희 마스터피스>
읽으면서 비로소 왜 그렇게
수많은 미술품들을 수집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미술품과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은
늘 흥미롭고 가슴이 떨린다.
비록 인쇄된 작품이지만
작가의 숨결과 터치가 하나 하나가
평면에서 튀어나와 말을 거는 것 같다.
특히나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작각의 작품을 볼 때면
새로운 세계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설레임이 느껴진다.
그래서 미술품과 관련된 책은
최대한 많이 접하고 모으려고 하고 있다.
특히 요즘 더 흥미로운 것은
근현대미술이다.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던 억압된 시대.
새로운 시선과 기법에
막 기지개를 켜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는 작품들을 보면
투박하지만 새로움과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런 새로운 시선을 개척한 작가들이
소개되고 있다.
시대를 잘못 태어나
마음대로 작품 세계를
펼칠 수 없었던 부부 화가.
전쟁으로 모든 작품이 불타면서
역사 속에서 사라질 뻔한 화가가
지인에게 선물한 작품이 발굴되면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기사를 보고 선물받아서 소장하고 있던
백남순이라는 화가의 <낙원>이라는
작품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불운한 시대를 힘겹게 살아갔던
화가의 몇 안 되는 작품이
이렇게 실날같이 살아남아
알려지게 된 것은 얼마나 기적적인가.
의미있고 흥미로운 지점을
기자출신답게 생생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전달해준다.
이 책에서 가장 몰입해서 읽은
이성자 화가의 이야기.
한국인으로도, 프랑스인으로도
살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어내었다.
프랑스에서 마지막까지 활동을 했었다고 하지만
우리는 왜 그녀의 이름조차 낯설어야 했을까.
서양의 화가들의 주목도에 비해
우리나라 작가들에 대한
관심은 너무 좁고 미세한 것 같아 안타깝다.
이렇게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가 되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같은
정적이지만 멈춰있는 힘이 느껴지는 그림들.
전쟁통에 왼팔을 잃고 제도권과는
영원히 멀어지고, 수도하는 자세로
그림을 배워서 만들어낸 세계.
이건희의 집무실에 걸려있었다던
작가의 작품은
고요하지만 불굴의 힘의 느껴지는
에너지를 전달해주었을 것이다.
작가와 작품과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것과 더불어
마지막에는 소장품 중에서
의미있는 작품들의 소개가 이어진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홍도의 마지막 작품 '추정부도'.
익숙한 김홍도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노화가의 마지막 인생을
보는 시선이 담겨있는 것 같다.
이외에도 일본 경매장에서 되찾아
600년 만에 귀향을 하게 된
'아마타삼존도'까지
작품의 뒷얘기를 듣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400페이지에 가까운 책을
물론 사진이 많지만
그럼에도 책에 빠져 읽다보면
너무 빨리 줄어들어서
한 장 한 장을 아껴가며 읽었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각 미술관, 박물관에 기증하면서
흩어져 있어
그 작품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보고 싶어진다.
천천히...천천히...
작품에게로 다가가고 싶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