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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여는 길의 서재
  • G는 파랑
  • 김지희
  • 16,020원 (10%890)
  • 2023-10-18
  • : 1,217


'아름다움에 스며드는 감각과 기억의 여정'

<G는 파랑> 이 책의 앞 날개에 쓰인

이 책을 설명하는 문장 중에 하나인데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전체 200페이지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금방 읽을 것 같았다.

아니 사실 맘잡고 읽기만 한다면

한 두 시간이면 다 읽을 정도의 분량이다.

그런데 출퇴근길에 몇 번을 가져가고도

다 못 읽어서 주말까지 들고 있게

될 줄은 예상을 못했다.


책의 구성은 저자가

음악을 듣는 법을 소개할 때

에세이처럼 저자와 인연이 닿게 된

혹은 의미있는 곡으로 남게 된

사연을 풀어내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그러다보니 챕터별, 꼭지별로

음악이 소개되는데

그 곡을 일일이 유튜브에서 찾아서

들으면서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니

400페이지 이상의 책을

읽은 것보다 속도가 안나고 시간이 걸린다.

나중에는 안되겠다 싶어서

일단 책을 먼저 읽고

나중에 음악을 찾아서 들으려고 했는데

음악을 들으며 읽을 때와

글만 읽을 때의 느낌과 감동이 전혀 달랐다.

특히나 어떤 부분을 주의깊게 들어보라거나

상상하면서 들어보라거나 하면

음악을 찾아서 듣지 않고서는

소통이 전혀 안되는 기분이었다.

유튜브에 [G파랑]이라는 폴더를 만들고

책에서 알려준 음악을 찾아서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어쩔 수 없이 전곡을 듣지 못한 곡들은

나중에라도 다시 듣기 위해서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난 후에도

반도 못 읽은 것과 같은

섭섭함이 남는 것은

책에 소개된 곡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그냥

넘겨버려서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글이 어렵거나

난해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저자가 피아니스트가 되기까지

그리고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스승같은 곡들에 대한 사연을

일반적인 에세이처럼

편하게 써내려갔다.

쉽게 읽힌다고 쉽게 쓰여진 것은

아니리라.

솔직한 자기고백부터

음악과 함께 한 희노애락의 시간들이

꾹꾹 눌러 담겨져 있다.

쉽게 읽히지만 쉽게 읽을 수 없는

빨리 읽어버리면 아까운 글들이다.

음악찾기는 어쩌면 핑계고,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아껴 읽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피아니스트가 음악을 기억하는 방법'

이라는 부제처럼

책은 저자가 음악을 기억하는

세 가지 방법으로 챕터로 나누고 있다.

1장 몸으로 기억하기

2장 마음으로 발견하기

3장 음악으로 살아가기



제목이 <G는 파랑>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는데

동명의 제목으로 된

<모리스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M. 83>

곡을 소개하는 글을 읽고

알게 되었다.

청각을 시각화하여 표현함으로써

음악가가 음악을 어떻게 상상하며

형상화하여 듣고 느끼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저에게 G는 파란색입니다. G장조가 중심이 되는 곡에서는 다채로운 파랑이 들립니니다. G장조인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에는 세상의 모든 파랑이 있습니다. 1악장은 파도입니다. 어릴 때 본 바다의 파도는 악몽에 나오던 새파란 상어의 입이었습니다. <중략>

2악장은 파랗지 않은 것을 파랗게 기억하는 장면입니다. <중략>

3악장의 파랑은 어릴 때 자주 먹던 페인트 사탕입니다. 먹기 전에 보이는 투명하고 진한 파랑에는 사탕을 사는 설렘과 혹시 선생님에게 들킬까 하는 긴장이 있습니다. <중략>

라벨의 작품처럼 많은 악기가 다채롭게 뛰노는 음악을 들을 때면 어릴 때 이루지 못한 예쁜 색칠의 꿈을 대신 이루는 느낌이 듭니다.

P34~35


음악을 먼저 들었다면 좀 난해하게

느꼈을 수도 있겠는데

저자의 가이드를 따라 들으니

다양한 파란색의 물감으로 그려지는

캔버스의 그림들을 상상하며

들으니 훨씬 생생하고

실감나게 들린다.

당연히 [G파랑] 플레이리스트에 저장!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이탈리안 협주곡 F장조, BWV 971>

이 곡도 저자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된 곡으로

지금은 가장 애정하는 곡이 되었다.


<이탈리안 협주곡>은 제가 학생이었을 때 가장 연습하기 좋아했던 음악입니다. <중략> 이 곡을 설명하는 교수님의 표정이 참 행복해 보였고, 교수님을 흉내내면서 전해진 손의 움직임이 개운했습니다. 손가락으로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었습니다. <중략>

제게 1악장의 퍼즐은 작고 얇은 나무조각이었고, 2악장의 퍼즐은 청동이었고, 3악장의 퍼즐은 소나기를 머금은 돌멩이였습니다. <중략>

이 곡에서는 건반이 혼자서 솔로와 오케스트라를 표현합니다. 플루트가 시작하고, 첼로가 이어받고, 바이올린이 지배하다가, 바순이 들어옵니다. 무거운 종소리가 배경에 퍼질 때도 있습니다. 어떤 악기가 리드를 하며 어떤 퍼즐을 만드는지 상상하며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p.60



이렇게 [G파랑] 폴더는 뒤늦게

한 곡, 한 곡 채워져 가고 있고,

피곤한 출퇴근길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저자가 들려준 이야기 덕분에

음악은 다채로운 모양과 색으로

귓전에 살포시 내려 앉는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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