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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아님의 서재

바로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사람이구나.
다른 식구들의 신경을 긁어대는 인간. 미움받을소리를 잔뜩 늘어놓고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 못돼처먹은 거라고 말하는 사람. 같은 공간에서숨쉬는 것조차 부담스럽고 싫은 사람. 그래, 바로 그녀였다.- P13
그리고 내 남편은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을미워하지 않는다.
여전히.- P28
보고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그녀의 시선이 아주 천천히, 옆으로 기울어졌던 것이다. 그래. 처음부터 내가 아니었다. 그 사람이었다. 내내 그 사람을 보고 있었다. 화를 내며 숟가락을던진 사람. 죽을까봐 마음을 졸이며 삼 년을 기다린 사람. 살아 돌아와서 일 년 동안 집에 처박혀 있던 사람. 아내가 매일 출근하며 차려놓은밥상엔 손도 대지 않은 사람.- P44
그래. 내 엄마가 우리집의 악역이었다.
그래서 나는 외사촌들에게 대답했던 것이다.
너희들과 가지 않겠다고. 엄마를 슬프게 한 다른 식구들과 어울리지 않겠다고. 나는 엄마 편이니까. 우리 엄마한테는 나밖에 없으니까. 나만은 엄마를 절대 미워하면 안 된다고.- P52
왜냐하면 너는 아마 영원히 모를 테니까. 뭔가를 모르는 너.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도 없고,
미움받는다는 것을 알아챈 적도 없는 사람. 잘못을 바로 시인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
너는 코스모스를 꺾은 이유가 사실 당신 때문이라는 걸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누가 나를 이해해주냐는 외침을 언젠가 돌려주고 말겠다는 비릿한 증오를 품은 사람도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지. 그런 얼굴을 가진 사람이 아니야. 그래.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한다. 때문에 나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네가 진짜 악역이라는 것을.
그런데 말이야.
과연 그걸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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