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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kiseon님의 서재
  • 뒤를 보는 마음
  • 노지영
  • 16,200원 (10%540)
  • 2023-11-27
  • : 207

왜 그렇게 처절하게 바둑을 두느냐는 질문에 조치훈 프로는 '그래도 바둑이니까, 내 바둑이니까, 내 일이니까, 내게 허락된 세상이니까'라고 답했다.


항상 궁금했다. 더 나은 세상을 향했던 문인들의 노력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지만, 지금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것인가. 문학평론가 노지영의 시인 대담집 '뒤를 보는 마음'을 통해 마주한 시인들은 그런 의문을 다소 해결해 준다. 그래봤자 '시'지만, 그래도 '시'니까, 그게 '시인'에게 허락된 세상이니까, '오감을 통해서 몸으로 들어온 사물을 관찰(김기택)'하려는 노력이 그저 사람들을 향해 있는 것이다.


이기고 지는 것을 넘어서서 뒤를 돌아다보는 시간을 열어주고, 칠흙 같은 안개 속에서 깜박깜박 경고 등을 켜는 것, 내가 앞사람을 따라가듯,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불을 비춰 주는 것. P 184. 집으로 가는 길, 김해자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 숙명을 거부하기 어렵다면, 조금 더 나은 인간의 길, 즉 진보성을 앞서서 고민하는 이들이 시인이라고 보면 그리 틀리지 않을 듯하다.


'복지관에서 갖다주었다는 국수와 함께 두부 두 모를 꼬옥 쥐여주는 굽은 손들이 전하는 말, 학교가 가르친 훈육이 스며들지 않은 야생의 말, 자본과 위계가 유통시켜온 명령에 다치지 않은 말(김해자)'과 'A가 선물을 받으면 선물을 준 사람이 아니라 B에게 선물을 하고, B는 C에게 주고... 이런 식으로 섬사람 전체가 선물을 주고받는 트로브리안제도 사람들의 전통(이문재)'을 발견해 전달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단지 시와 시인의 역할을 소개하는 것이 이 대담의 목적은 아닐 것이다. 박준 등 촉망받는 젊은 시인들이 아닌, 중견 혹은 선구적인 역할을 한 시인들을 일부러 택했는데, 오랜 고민 끝에 하나의 명확한 결과를 유도하는 현대의 유용한 지식에 비해, 시에서는 그 오랜 고민이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생각들을 이끌어 내고 있음을 저자의 대담집은 증명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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