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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cksil님의 서재
  • 백미러 속의 우주
  • 데이브 골드버그
  • 19,000원 (5%600)
  • 2015-06-05
  • : 423



생명체가 지구에 서식할 수 있는 기간을 천문학적 스케일에서 볼 때 거의 찰나에 불과하다. 앞으로 인류는 자원을 무작정 소모하다가 제풀에 멸망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 문제를 극복한다 해도 40억 년 후에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변하면서 지구 전체를 재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물론 우리 입장에서 볼 때 40억 년이면 꽤 긴 시간이다. 그러나 우주의 기대수명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한순간에 불과하다.


  초딩시절에 봤던 영화 '맨인블랙'의 마지막 장면은 가히 인생 명장면으로 손 꼽을 수 있습니다. 거대했던 지구가 고양이 목에 걸려있는 조그마한 소우주가 되는 것을 보고는 '여긴 어디? 나는 누구?'의 혼란에 빠져 한동안 충격에 휩싸였었죠. 별 생각없이 살고 있던 급식어린이에게 책장에 꼽혀있던 과학만화 '아름다운 우주', 그 이상의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줬던 장면은 충격, 그 이상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장면은 지극히 철학적인 묘사가 아니었을까요. 거대한 우주 속에 쪼맨한 지구, 그 안에서 복작거리며 살고 있는 수많은 인간 중 하나인 나. 요즘 댓글에 자주 등장하는 '여긴 어디? 나는 누구?'에 대한 답을 관객들에게 물어보고 있는 꽤나 심오한 연출이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물리학은 완전히 다르게 보였던 현상들이 동일한 원인의 결과임을 깨달을 때마다 커다란 도약을 이루어왔다. 


  '백미러 속의 우주'는 끝을 가늠하기조차 힘든 우주와 그 바깥세상에 대한 질문, 그에 대한 해답을 정리해놓은 물리과학서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쉽게 와닿지 않는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적어놓은 가이드북이라고나 할까요. 그 어려운 것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증명해내고 설명해주고 있는지라 학문성이 짙은 책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친절한 눈높이 교육, 쉬운 예를 이용한 설명, 가끔은 (물리무식자인 제가 잘 이해를 하지 못해서 이게 농담인지 뭔지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유쾌한 위트까지 곁들여서 다가가기 쉬운 우주를 '대칭'이라는 개념을 기준으로 설명해줍니다. 



많은 사람들은 물리학(일반적으로 모든 과학)을 "추상적인 대상을 연구하는 그들만의 학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불공정한 편견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피아노로 도레미만 배운 사람이 음악의 즐거움을 평하는 것과 비슷하다. ...... 사실 물리학은 우주 전체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게임이다.


  몇 주 전에 '인터스텔라'라는 영화를 감명깊게 봤었는데, 책을 보는 내내 그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인터스텔라에서 나왔던 블랙홀에서부터 사건의 지평선, 영화에 나왔던 우주선이 왜 도넛모양이었어야 했는가에 대해서까지. 고등학생 시절 물포자(물리포기자)는 그냥 재미로 보고 넘겼던 영화의 장면들이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을 깨닫고는 무릎을 탁 치고 말았습니다. 정말 아는만큼 보였던 영화였던거죠. (기계과 출신인 신랑이 영화를 세번이나 '열광하며' 봤던 이유는 아는 만큼 더 많은 것들이 보여서 였나봅니다.)



인생은 여행이다. 공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도 여행이지만, 시간을 따라 흘러가는 것도 여행이라면 여행이다. 우리 모두는 시간 축에서 '1초당 1초씩' 미래로 이동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우주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여행일 것이다. 


  이 책을 보고 저의 물리학 지식이 업그레이드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 물론 책에서 읽은 엠씨스퀘어가 대강대강 대충대충 이런 것이라고 아는 척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깊게 파고 들어가면 매우 큰일날듯...!) 하지만 TV 다큐에 관련 내용이라도 나올 때는 리모컨을 멈출 것 같고, 관련 현상들에 대한 설명에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집중할 수 있는 긍정적인 관심이 생긴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내 주변에서 생기는 다양하고 당연한 일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그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넘어가고픈 진지함이 생긴 듯 합니다. 암튼, 푹 빠져서 읽을 수 있었던,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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