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정치적인 소설도 아니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소설도 아닙니다. 오히려 독자 여러분은 이 소설이 정치성이나 사회성에 등을 돌린, 지극히 개인적인 소설이라고 느끼실 지도 모릅니다.’ -p8 저자의 서문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혼돈의 시대입니다. TV를 키거나 신문을 펼치면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 경제, 답답하기 그지없는 정치적 상황에 대한 현실문제들에 가감 없이 노출되어 버립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 없는 고민을 쉼 없이 하고 있을 뿐이죠. 현실적인 상황에 정신없이 휩쓸리다보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골치 아픈 상황 속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픈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저자의 서문에 쓰여 있는 위의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정치성이나 사회성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에 등을 돌린 젊은 날의 사랑이야기라고 소개되어 있는 이 책은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할지도 모르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일본의 격동과 전환의 시대입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변화의 시대 중심에 살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죠. 그리고 저자는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 간의 사랑, 그리고 성장기를 섬세하고 절묘하게 전해줍니다. 그 속에서 저자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와 그 의미를 독자에게 전달하려합니다. 덕분에 현재를 살아가는 독자는 필요한 메시지들을 알차게 골라 읽을 수가 있습니다. ‘상실의 시대’의 이러한 부분 덕분에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 달라지는 소설’이라는 색다른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해봅니다.
사실 이 책은 한국의 굉장한 스테디셀러입니다. 많은 이들이 읽은 만큼 평도 다양하죠. 어떤 이는 너무나 사실적인 성 묘사 때문에 작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힘들다고 하고, 어떤 이는 약간의 민망한 장면들이 작가가 하고픈 말을 더 설득력 있게 해준다고들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전자와 후자, 두 극단적인 느낌을 자신이 처해진 상황에 따라 모두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라고 평하기도 합니다.
20여 년 전에 쓰인 소설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끊임없이 평가된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지간에 그만큼 많은 이들이 ‘상실의 시대’라는 소설로 공감하고 교류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잠시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한 사랑이야기로 구성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무엇인가 궁금하신 분(책에서 담고 있는 수많은 메시지 중에 자신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쉽게 찾을 수 있을거에요), 요즘 쉽게 접할 수 있는 가벼운 연애소설이 아닌, 조금은 심각하고 진지하게 읽을 연애소설을 찾고 있으신 분, 예전에 읽었지만 좋지 않은 기분으로 내려놓았던 분들은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것을 얻고 느낄 수 있는 가치 있는 책 읽기가 될지도 모르니까요.